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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 높은 대출문턱에 사채로 내몰려…"법정 최고금리 상향" 요구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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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용자 높은 대출문턱에 사채로 내몰려…"법정 최고금리 상향" 요구 거세

서울 중구 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건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건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대부업계가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저신용자들의 돈줄이 막히고 있다. 지난해 이어진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상승하자 역마진을 우려해 대출을 옥죄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 문이 좁아지자 저신용자와 같은 취약계층이 제도권에서 벗어나 불법 사금융의 늪에 빠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 정부가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낮춘 이후 기준금리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대부업계가 대출을 줄여 저신용 서민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저신용자들을 제도권 금융사에서 밀어내고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게 한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대부업체들이 대출 규모를 줄여 서민들이 어려워진 이유는 지난해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급상승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조달금리는 5.81%로 전년 동기 4.65%에 비해 1.16%p 증가했다.

조달금리는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대출금리는 법정 최고금리 20%에 묶여 있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대부업체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적정 대출금리는 연 25.12%였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임을 감안하면 5.12%에 달하는 역마진이 발생한 셈이다.

이처럼 대출을 늘리면 늘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대부업체들은 신규 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2금융권인 저축은행도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1조6752억원으로 전년 동기인 3조3733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의 급전 수요가 카드·캐피털사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카드·캐피털사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189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386억원) 대비 약 34% 늘어났다.

문제는 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면 저신용자와 같은 서민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 창구가 좁아지면 낮은 신용도를 갖고 있는 사회초년생이나 저소득층의 경우 불법 사금융에 대한 유혹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민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저신용자는 최대 7만1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이용금액도 최대 1조2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하는 배경에 대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꼽았다.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묶여 있어 역마진을 우려한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제도권 금융에 어려움을 느끼게 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에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 20%에 묶여 있는 법정 최고금리를 시장 금리에 연동시키는 방식인 ‘시장연동형 법정 최고금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현재 연동형 법정 최고금리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의 인하로 인해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날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신규 대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1조640억원에서 같은 해 하반기에는 절반 수준인 557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21년 하반기인 1조574억원과 비교해도 1년 새 47.3%(5004억원)나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 영업이 제약되면서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취약계층의 소액·생계비 대출 등을 위해 시장 상황과 연동한 법정 최고금리의 탄력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