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동조화로 원화 약세
외국인도 국내 주식·채권 매도세
외국인도 국내 주식·채권 매도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과 미국 경제 회복세가 달러 강세 행진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와 일본 통화완화 정책 등으로 위안화와 엔화가 최저 수준을 보이자 '환율 동조화' 등으로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엑소더스(Exodus·탈출)로 국내 채권과 주식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원화약세를 부채질 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국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최근 장중 105대를 돌파하며 올해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 그러나 고금리·고물가 환경 속에도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연준의 긴축 정책 장기화 전망이 달러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반년 만의 최고치인 54.5를 기록했다.
브래드 백텔 제프리 글로벌 외환 책임자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다른 나라에 비해 견고하다. 이는 계속해서 달러 강세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에 엔화·위안화 약세가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30원대를 돌파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화폐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일본 엔화는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중국 위안화 역시 경기 침체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위안화가 하락하면서 환율 동조화 현상을 초래해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달러 대비 엔화는 11% 폭락했다. 주요국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일본은 최저 금리를 고수하면서 통화 가치가 더 하락했다.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 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중앙은행이 금융완화정책을 고수한다면 엔화는 달러당 17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7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여전히 약세를 유지하고 있어 당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는 당국의 개입이 임박했다는 경고라고 해석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 부진, 신용 성장 둔화 등의 압박으로 약세를 보이며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최근 몇 달 동안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대체투자 자산관리사 클락타워그룹은 "중국 당국이 내놓는 경기부양책이 계속 실망스러울 경우 달러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견고함과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달러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이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이후 국채 금리 상승이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싱가포르 헤지펀드 AVB 캐피탈 Pte의 애쉬빈 머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채 금리 상승으로 금융 여건이 계속 긴축되면서 향후 몇 달 동안 미국 달러의 전반적인 상승세(Broad-based rally)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올해 말까지 연장하면서 브렌트유와 WTI원유의 가격 상승은 글로벌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부각시키며,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알렉스 코헨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외환전략가는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국 경제의 중립금리 재조정 가능성이 달러 강세를 더욱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매도세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8월 상장주식 1조1790억원, 상장채권은 3820억원을 순매도 한 바 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