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보험사들이 북미·유럽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16조원을 투자했는데 시장 침체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봄 정점 이후 급락하고 있어서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지속되면서 미국·유럽 지역 기업들이 사무실 이용을 최소화한 데 따른 것이다.
18일 한국기업평가 분석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농협생명, KB라이프생명, 미래에셋생명, KDB생명, ABL생명, 푸본현대생명, 하나생명 등 10개사와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4개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은 16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오피스가 6조7000억원으로 전체 비중의 약 42%를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북미 지역 투자 비중이 전체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의 63%로 가장 높다. 투자 유형별로는 선순위 투자 건은 28%에 그쳤고, 중·후순위, 블라인드 투자 건이 72%에 달해 자산 부실화 시,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사들은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저금리 영향으로 인해 투자자산인 채권의 수익률이 악화하자 대체투자 자산을 늘려왔다. 대부분이 대출채권 형태로 이뤄지는 국내 대체투자와 달리 해외 대체투자는 주로 펀드 형태로 투자됐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부터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지난 2022년 2분기 이후 크게 하락했다. 미국 임차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비용 절감을 이유로 오피스 입주를 꺼리고 있다. 미국 주요 도시 오피스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평균 공실률 19.2%를 기록하면서 2016년 중반 대비 25%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
특히 지난 2018~2019년 투자한 오피스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자산가치가 떨어진 가운데,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만기가 도래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한 해외 상업용 부동산 규모는 1조4000억원 수준이다. 3년 뒤인 2026년에는 약 6조원의 해외 부동산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는 일반적으로 만기 시 매각을 통해 원금을 회수하거나 재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매우 중요하다.
보험사들도 해외 대체투자가 부실 뇌관으로 부상하면서 손익 계산에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부동산 부실화로 수천억 손실도 가능한 만큼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한신평 측은 “(주요 사례를 분석한 결과) 펀드 만기나 선순위 대주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임차구조 등에서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만기는 연장되는 경우가 비교적 많은 편”이라면서도 “선순위 대주가 저하된 담보인정비율(LTV)을 보강하기 위해 후순위 투자자의 추가 출자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임차인의 이탈로 공실이 크게 발생한 건들에 대해서는 리파이낸싱(재융자)이 어려워지면서 매각을 타진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덧붙였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