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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애큐온·한화·HB·조은저축銀 등 매물…온투업 최초 저축은행 인수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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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애큐온·한화·HB·조은저축銀 등 매물…온투업 최초 저축은행 인수 시동

핀테크 겸 온투업체, 저축은행 인수해 한국판 ‘소파이' 설립 추진
PF대출 부실 현실화 ‘저축은행’…총선 이후 ‘매물 폭탄’ 전망

국내 한 온투업체가 저축은행 인수를 시사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한 온투업체가 저축은행 인수를 시사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혁신 성장을 추구하는 핀테크 업체가 국내 최초로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 업계 판도를 급격히 바꾸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대출 부실 등으로 매물로 나오거나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애큐온·한화·HB·조은·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6곳이 인수 대상으로 부상했다.
핀테크 업체들은 저축은행을 인수해 기존 금융권이 하지 못했던 디지털화에 적극 나서는 등 미국식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미국 핀테크 유니콘 기업 ‘소파이(SOFI)’는 ‘학자금 대출’ 전문 온투업에서 지방은행 등을 인수해 기업가치 90억 달러(약 11조원)로 성장시켜 전통 금융권을 놀라게 하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본지 취재 종합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겸 핀테크 기업 A업체는 내년 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매물과 자금 모집, 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A업체는 신용 이력이 거의 없는 신파일러 대출을 전문적으로 하는 온투업체로 신용평가(CB)업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이 업체가 벤치마킹한 모델은 미국의 최대 핀테크 유니콘 기업 ‘소파이(SOFI)’다. ‘학자금 대출’ 전문 온투업 소파이는 현재 기업가치 90억 달러(약 11조원)로 평가받는다.

지난 2021년에는 캘리포니아주의 지방은행을 인수해 여신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기존 시중은행 대비 매우 간편한 금융서비스가 특징이다. 이용자만 650만 명에 달한다. 지난 분기 매출은 5억3700만 달러(약 7242억8700만원)로 전년 동기보다 28.13% 급증했다.

A업체 역시 여·수신 기능을 갖춘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디지털 기술을 고도화해 기존 제도권 금융이 외면했던 중소기업 대출이나, 소상공인 등을 포함해 신파일러 대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업체는 건전성과 수익성 등을 고려해 지방 소재 저축은행보다는 수도권 저축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매물로 나오거나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은 애큐온·한화·HB·조은·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 6군데다.

IB업계에서는 현재 저축은행들이 가계대출, PF 부실화와 대손충당금 부담, 실적 악화 등 삼중고를 겪고 있어 내년에 매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투업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있진 않다.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만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무난하게 저축은행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자금 모집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상상인저축은행만 봐도 기업가치가 3000억원대 후반에서 4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온투업 자본력이 열악해 혼자 힘으로는 인수가 어렵다. A업체도 인수 대상 물색보다는 자금 모집 방법을 가장 고심하고 있다.

방법이 없진 않다.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사모펀드와 협력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공동 인수에 나서면 된다. 현재 저축은행들이 실적 악화로 인해 기업가치가 많이 떨어져 있고, 앞으로 대출 연착륙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온투업뿐만 아니라 외국계 사모펀드도 저축은행 매물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A업체 대표는 “내년 총선 이후 대출 연착륙이 진행되게 되면 매물로 쏟아지는 저축은행이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저축은행이 가진 여·수신 기능과 핀테크의 IT기술을 고도화해 그간 국내에선 시도가 없었던 차주들을 대상으로 대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