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에는 지출 여력과 무관하게 소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처럼 소비 자체를 줄이기보단 매월 나가는 카드값 부담을 덜기 위해 할부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 작년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개인 할부구매 이용건수는 4억7664건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금액으로도 무려 149조 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규모다.
그러나 최근에는 카드사들의 무이자 할부 축소 등에 따른 수수료 부담에도 불구 할부 이용자가 늘고 있다. 소비 자체를 줄이기보단 할부 등을 통해 카드값 부담을 낮추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인해 소비 여건이 좋지 않다보니 할부 등을 통해 나눠쓰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만 신났다.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무이자 할부 기간을 단축해왔다. 현재 8개 전업 카드사 중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카드사는 신한·BC·우리카드 등 3개사에 그친다. 나머지 5개 카드사는 최대 3개월 무이자 할부와 부분무이자 할부를 제공한다. 이런 와중에 소비자들의 할부 이용이 늘면서 관련 실적은 지난 2015년 이후 최대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8개 카드사의 할부 수수료 수익은 1조532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4%(4248억 원) 늘었다. 카드사별로는 삼성카드가 4122억 원을 기록해 작년보다 약 30% 늘었고,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도 각각 2804억 원, 2374억 원으로 작년보다 30% 이상 수익이 늘었다.
이 밖에 국민카드(2279억 원), 현대카드(1767억 원), 우리카드(1056억 원), 하나카드(915억 원), 비씨카드(8억 원) 순으로 할부 수수료 수익이 많았다. 전체 수익(10조2347억 원)에서 할부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상반기(11.8%) 대비 3.2%포인트(p) 늘어난 15%를 기록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조달 비용 등 마케팅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해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를 축소해 왔는데, 할부 이용 고객은 여전히 많다 보니 수익적인 면에서도 영향을 준 것 같다”면서 “조달 여건 등이 아직 나아지지 않은 만큼 당분간 무이자 할부를 확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