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요건 다 충족해도 ‘경영권 분쟁’ 시 부적격 판정
세차례 상장 도전 중 ‘두차례’ FI에 고배…타협 불가피
세차례 상장 도전 중 ‘두차례’ FI에 고배…타협 불가피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상장하기 위해 다른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주주 간 분쟁이 우선 해결되지 않으면 주식시장 입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다.
10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규정에 따르면 신규상장기업은 ‘제101조(신규상장)’ 3항에서 명시한 5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투자회사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송 등의 분쟁이 없어야’ 한다. 현행법에 따라 거래소는 중요한 소송이나 분쟁이 있으면 기업경영이 원활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상장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심사 가이드를 보면 소송·분쟁에 따른 예상손실규모가 자기자본의 10% 이상인 경우, 이에 따른 경영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심사에 반영한다. 주요 분쟁·소송 결과에 따라 상장 승인 여부 역시 판가름 나는 셈이다.
거래소측은 상장을 준비하는 예비기업들의 경우 ‘중대한 소송’이 발생하지 않아야 주식시장 입성이 가능하다고 못박고 있다. 다른 상장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처럼 중대한 이슈의 경우, 일반기업이나 지주형 기업과 상관없이 해당 이슈의 완전한 종결 전까지는 심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들도 예비심사 신청을 하기도 한다”면서도 “다만 (경영권 분쟁 등) 주주 보호 측면에서 등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소송이 완전종결할 때까지는 심사를 내주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규정대로면 현재 코스피 입성을 노리는 교보생명의 경우 상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의 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현재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2조 원이 넘는 풋옵션 행사와 관련해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2차 중재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이와 관련한 분쟁이 사실상 투자 수익을 노리는 FI로부터 신창재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분쟁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5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풋옵션 분쟁이 결론이 나지 않고 있고, 언제 끝날지도 안갯속이다.
교보생명은 이번 분쟁을 회사와 관련이 없는 신창재 회장과 일부 주주간 갈등으로 일축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다. 교보생명은 현재까지 총 세차례 상장에 도전했는데, 시장침체로 무산됐던 2015년을 제외하면 2018년과 2021년 두차례 모두 어피니티 소송에 발목이 잡혔다.
교보생명이 지주전환 하더라도 IPO 성공 여부와는 무관하다. 지주사의 상장요건 역시 일반상장 기준과 다르지 않아 주주 간 분쟁 해소가 선행돼야 한다. 교보생명은 현재 지주전환과 IPO를 양대축으로 하는 미래 성장동력을 구상 중인데, FI와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FI와의 모든 소송에서 완승해 깔끔하게 이기는 방법도 있다.
교보생명은 당장 IPO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지주전환 이후 재도전 여지는 남겨둔 상황이다. 지주체제를 완성해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한 다음, 향후 상황에 따라 상장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PO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다만 FI분쟁 이후 지주전환과 앞뒤 순서가 바뀐 상황이다”이라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