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주도의 간편결제가 확산하면서 카드 발급과 이용뿐만 아니라 모집시장도 대대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카드 발급 영업을 해왔던 카드모집인은 현재 6000명대 아래로 떨어져 빅테크 등장 초기인 2016년 대비 70% 넘게 감소했다.
거대 플랫폼을 통해 카드 발급부터 이용까지 모두 가능해지면서 오프라인 역할이 축소된 영향이다. 카드사들은 본업 경쟁력 악화에 따른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대출 사업에 치중하는 등 결제시장 내 빅테크 종속 우려가 커졌다.
5일 여신금융업계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토스나 네이버 등 온라인·모바일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비중은 46.8%로 오프라인(은행 등 지점·모집인) 53.2%에 근접했다. 아직은 모집시장에서 오프라인 시장이 조금 더 높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편의성과 범용성을 앞세운 빅테크의 결제 플랫폼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금융 활성화로 온라인 및 모바일을 통한 카드 발급이 늘어나면서 그간 모집시장을 주도했던 카드모집인 규모도 급감하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카드 모집인 수는 5818명으로 집계됐다. 빅테크 초기인 지난 2016년 당시인 2만2872명 대비 70% 넘게 급감했다.
빅테크들은 단순히 발급 절차를 단순화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대 20만원의 현금 마케팅을 함께하면서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카드모집인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온라인 발급을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다. 온라인에선 캐시백 혜택을 주더라도 모집인 관리비가 없으니 기존보다 비용을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다.
간편결제 시장의 점유율은 현재 △카카오페이 42.4% △삼성페이 24.0% △네이버페이 24.0% 등으로 빅테크 업체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의 경우 카드 제조 외에는 별다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최근 간편결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모바일 결제 공통규격’ 개발을 추진 중인데, 카드사마다 규격 개발 진행 과정이 제각각이고, 업황 악화로 인한 비용 문제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본업 경쟁에서 밀리다 보니 결제사업보다는 대출에 치중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 등 8개 카드사 카드론 잔액은 35조8381억5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2월(34조1356억2500만원)과 비교하면 1조7024억8000만원 늘었다.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규모도 6조1424억9500만원으로, 리볼빙 규모도 7조4000억원대를 돌파했다. 경기 침체에 대출 수요가 늘자 카드사들도 여신 영업을 확대한 영향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다른 곳에서 수익원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가뜩이나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실적이 부진한데 빅테크와 경쟁도 심화하고, 경기도 안 좋은 상황이라 수익 다각화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