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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낼 형편 안돼요”…대출 이어 ‘보험 해지’도 역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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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낼 형편 안돼요”…대출 이어 ‘보험 해지’도 역대급

작년 보험 해지 ‘40조 원’…연체해 해지된 규모도 1조5000억 원
‘목돈 필요한 60대’나 ‘가계 부담 커진 소비자’ 보험해지 잇따라
해지 시 ‘환급금 손해·보장 공백’…업계, “유예 제도 활용” 당부

경기불황으로 인한 보험해지 규모가 40조 원을 넘어섰다.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경기불황으로 인한 보험해지 규모가 40조 원을 넘어섰다. 사진=픽사베이.
경기불황의 증표인 보험 해약환급금 규모가 연간 40조 원을 넘어섰다. 보험료를 내지 못해 해지된 효력상실환급금 규모도 1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보험해지 규모는 보험약관대출과 함께 경기불황의 대표적인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해지 규모가 두드러지는데 가계빚과 고금리, 고물가 등 부담이 커지자 보험료부터 줄이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금융권과 보험개발원 통계를 보면 생명보험사 22개사의 해약환급금 규모는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40조5759억 원으로 집계됐다. 효력상실해약금 규모는 1조4825억 원이었다. 보험 해지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재작년보다는 크게 줄었다. 2022년 당시 보험 해지 규모는 73조9592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20조 원대에 그쳤던 보험 해지규모는 이후 꾸준히 불어나 연간 40조 원에서 50조 원 수준에서 높아졌다.
보험사별로 해지 규모는 보면 역시 고객이 많은 대형 보험사에서 두드러진다. 삼성생명이 9조383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4조8893억 원, 4조6979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농협생명(4조2696억 원)과 신한라이프(3조2036억) 원, 동양생명(2조240억 원), KB라이프생명(1조7785억 원), 흥국생명(1조4748억 원) 순으로 많았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해지하면 무조건 손해다. 만기 이전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적을 뿐만 아니라 보장 측면에서도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손해를 무릅쓰고 보험 해지에 나선 배경은 그만큼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방증이다.
실제 생명보험협회가 보험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해지 고객들은 대부분 보험료에 대한 ‘납입부담’이나 ‘목돈필요’ 등의 이유로 들었다. 60대 이상의 소비자의 경우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을 해지하고, 가계 경제 어려움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또 보험연구원 분석을 보면 납입부담 때문에 보험을 해지한 소비자의 경우, 대출이나 카드 등에서 연체 경험이 있었다.

문제는 해지하는 보험이 대부분 ‘보장성 보험’이라서 앞으로 질병에 노출될 경우, 보장 공백 발생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보험료를 납부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일시적으로 보험료 납입을 중지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를 활용하라고 권고한다. 보험업계는 현재 보험료 납입유예와 대출 만기 연장 등 보험 계약 유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 메트라이프, 한화손해보험, 삼성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등 10개 보험사에서는 소득이 끊기는 기간에 보험료 납부를 1년간 유예해 주는 ‘보험소비자 민생안정특약’도 개발하기도 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짙은 시기에는 보험부터 해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만기 이전에 장기간 납입한 보험을 해지하면 경우 환급금 손해나 보장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보험을 해지가 고민될 경우,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유예제도를 활용하는 게 낫다”고 했다.

한편 작년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서민 경제 어려움이 심화하면서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도 71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