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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규제장벽②]1000원짜리 미니보험 파는데… ‘수백억’ 갖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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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규제장벽②]1000원짜리 미니보험 파는데… ‘수백억’ 갖추라고?

소액단기보험업 인적·물적 요건, IFRS17, 킥스 등 일반보험사 수준
자금력 없으면 설립 어려워… 제도도입 3년만에 등록업체 0개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보험상품 선물이 가능하게 되는 등 보험가입 편의성이 증가하면서 미니보험 시장이 대폭 성장했다. 자료=카카오커머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보험상품 선물이 가능하게 되는 등 보험가입 편의성이 증가하면서 미니보험 시장이 대폭 성장했다. 자료=카카오커머스

펫·레저·날씨보험 등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소액단기보험업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낮은 수익성과 규제 장벽 때문에 등록한 업체가 아직 ‘0’개다.

소액단기보험업은 자본금 요건은 낮아졌지만 인적·물적 요건, 신 국제회계기준(IFRS17)·건전성제도(지급여력제도·K-ICS) 적용 등 규제를 일반 보험사와 동일하게 충족해야 된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수백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해서 미니보험 전문 보험사 설립에 수익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니보험을 주로 판매하는 온라인전업사(디지털 보험사)들이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니보험을 주로 판매한 디지털보험사 4곳은 총 1431억원 순손실을 냈다. 캐롯손해보험 760억원, 카카오페이손해보험 373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220억원, 신한EZ손해보험 78억원 등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소액단기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액단기보험업 등록에 필요한 초기 자본금 요건을 20억원으로 낮추는 등 규제를 완화해 왔다.

그러나 자본금 요건만 낮아졌지 나머지 규제는 일반 보험사들과 동일한 수준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소액단기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가입기간 1년, 최대 보험금은 5000만원이며 소액단기보험사의 연간 총 수입보험료는 500억원 이하로 제한돼 있다.

여기에 더해 소액단기보험사들은 인적·물적 요건 충족, 신 국제회계기준(IFRS17)·건전성제도(지급여력제도·K-ICS) 적용, 예금자보험기구 가입 등의 기타 여건을 일반 보험사와 동일하게 충족해야 된다. 여기에 준법감시인, 선임계리사, 손해사정사 등 구축해야 하는 인적·물적 조건도 일반 보험사와 동일하다.

업계는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다 보면 결국 최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미니보험 전문 보험사 설립에 수익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로 현재 디지털보험사들이 수년간 적자를 못 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보험사들이 또 소액단기보험사를 설립할 이유가 없다.

현재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오직 펫보험 분야에서만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주요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펫보험 전문 소액단기보험사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DB손해보험도 자회사로 펫보험 전문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별개로 파우치보험준비법인이 펫보험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최근 업계에서는 플랫폼에서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활성화와 미니보험 선물하기 등의 유행으로 미니보험 상품 자체가 플랫폼에 종속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설계사 파워가 약한 미니보험 상품 특성상 보험사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보험상품 판로가 플랫폼에 종속되면 앞으로의 상품 개발·판매·수익창출을 모두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소비자의 이익과 상품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규제를 낮추고 마케팅 자율성을 높여 미니보험 판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액단기보험시장에 대한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큰 수익성이 단기에 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건전성 제도 등의 운영부담 완화와 같은 제도성 규제 완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