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시중금리 하락에 가계대출 '껑충'...6월에만 4.4조↑

공유
0

시중금리 하락에 가계대출 '껑충'...6월에만 4.4조↑

국내 5대 은행 올해 가계대출 2.2% 증가
가계대출 증가율 GDP 성장률 2.5%에 근접
하반기 대출 문턱 높아질 전망

지난 2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가 연 2.940∼5.445%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가 연 2.940∼5.445%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속속 2%대 하단까지 떨어지면서 이달 들어 20일 만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미 4조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차입 투자 열풍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가 연 2.940∼5.445% 수준을 기록했다.

약 한 달 보름 전인 지난달 3일(연 3.480∼5.868%)과 비교해 상단이 0.423%p, 하단이 0.540%p나 낮아진 수치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895%에서 3.454%로 0.441%p 떨아졌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4.330∼6.330%에서 4.160∼6.160%로 상·하단이 0.170p씩 떨어졌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의 낙폭(-0.172%p)과 거의 같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금리도 인하를 미리 반영해 박스권을 이탈하고 연 저점에 이르렀다"며 "은행채 5년물을 따르는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하락으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 상환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주택 거래 회복세와 맞물려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362억원으로 지난달 말(703조2308억원)보다 4조4054억원 늘었다.

4월 이후 3개월째 증가세다. 이달 들어 20일 만에 이미 지난 4월 전체 증가 폭(+4조4346억원)에 육박하고 지난달(+5조2278억원)과 차이가 8000억원에 불과하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20일까지 각 3조6802억원, 7330억원 증가했다.

금융 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점검 회의 등에서 주요 은행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 가계대출 증가 관리'를 요청했는데 지금까지 5대 은행의 증가율은 2.2%(작년 말 692조4094억원→707조6362억원) 수준이다.

상반기조차 다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한국은행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2.5%)에 거의 근접한 상태다.

특히 개별 은행 가운데 3곳은 올해 들어 가계대출 증가율이 각 3.58%, 2.66%, 2.63%로 이미 2.5%를 훌쩍 넘어섰다.

따라서 이들 은행은 조만간 하반기부터 가산금리 인상이나 대출 한도 축소 등을 통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으로 최대 연 원리금 상환액은 정해진 상태에서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대출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여기에 집값까지 오르는 추세가 더 뚜렷해지면 금리 하락의 대출 수요 확대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 보고서에서 "정책금융 확대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등으로 금융권 가계대출이 지난 4월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앞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며 너무 이른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불씨를 되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성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ava0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