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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위기②] “자율이잖아요”…ESG공시 제조업 9% 금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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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위기②] “자율이잖아요”…ESG공시 제조업 9% 금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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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에너지 파키스탄 메트로 풍력단지. 사진=DL그룹
유가증권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는 곳은 전체 상장사 중 4분의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ESG 공시 비중이 9%(81개사)로 가장 많았다. 반면 금융·보험업권 비중은 3%(31개사)에 머물렀다.

정부의 단호하지 못한 대응과 재계의 반발 등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행이 늦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1일 금융권과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전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는 곳은 전체 840개 상장사 중 19%에 그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의 ESG 공시 비중이 9%(81개사)로 가장 많았고, 금융·보험업권 비중은 3%(31개사)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금융권 중에서 보험사들은 특히 ESG 공시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다. ESG 공시 의무화가 글로벌 추세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우선적으로 자산이 2조원 이상인 기업들을 상대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자산이 2조 이상으로, 의무화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보험사(생명·손해보험) 24개사 중 25%에 해당하는 6개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미발간 중이다. 생보사 중에선 KDB생명과 DB생명 2개사, 손보사 중에선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흥국화재, SGI서울보증 등 4개사가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고 있다.

이토록 중요한데도 보험사들이 ESG 공시를 발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ESG 공시를 발행하기에는 발행 부담이 크고 아직 한국에서의 ESG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ESG공시를 발행하려면 'GRI(국제 지속가능보고서 가이드라인)'와 'SASB(미국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등 글로벌 ESG 공시 기준에 따라야 한다. 여기에 더해 독립된 제3기관의 인정까지 받아야 한다.

ESG 공시를 발행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에 더해 각종 간접비도 들어 ESG공시를 발행하는 데 최소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든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순이익이 많이 나고 해외 사업 규모가 큰 대기업이 아닌 이상 큰 비용과 인력을 들여 ESG 공시를 발행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2024년도 ESG 보고서는 137페이지에 달한다.

또 한국에서 ESG 공시의 중요성이 낮게 평가받는 것도 기업의 ‘장대응’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 국민들의 ESG 공시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세계 각국은 ESG 공시를 내지 않은 국제 기업에 각종 패널티를 매기겠다고 하는 중인데도 이를 자각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늦추며 이를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의 ESG 공시 의무화 시기는 지난해 10월 돌연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 이후 아직까지 의무화 시기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시점은 2025~2026년으로 예상되는데 반해 한국은 지나치게 우유부단한 결정을 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ESG 공시 의무화가 계속 연기되는 데 대해 정부기 기업 눈치를 지나치게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ESG 규제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ESG 공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럽연합은 이미 지난해 1월 지속가능성 의무 공시를 위한 법안(CSRD)을 발효했다. 2025년에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공시를 의무화할 방침이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올해 3월 최종안을 승인하고 SEC 공시 규칙을 규정화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ESG 공시 등에 신경쓰지 않는 것은 아니나 기업이 인수합병 등을 앞두고 있어 거기에 신경 쓸 여력이 안 되는 것 같다”며 “(ESG공시에 대해) 관심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금액과 인력 부담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