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탄소중립 위기①] 美·EU ‘기업 ESG 공시’ 의무화 속도…韓 동력 상실

공유
0

[탄소중립 위기①] 美·EU ‘기업 ESG 공시’ 의무화 속도…韓 동력 상실

공시의무화 선행돼야 하지만, 정부 강제력 빠지며 지연
미국·유럽은 연내 법적·제도적 정비…내년부터 의무화
정부 친환경정책 뒷전으로 밀리면서 ‘탄소중립 불가능’ 관측

글로벌 주요국에서 ESG 공시 의무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되레 관련 정책이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프랑스 시보에 있는 EDF(Electricite de France)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에서 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주요국에서 ESG 공시 의무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되레 관련 정책이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프랑스 시보에 있는 EDF(Electricite de France)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에서 증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ESG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지만, 정작 비즈니스 의사결정 과정에서 ESG에 대한 요구는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은 올해 법제화를 마치고, 내년부터는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시를 이어갈 방침이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각종 친환경 정책들이 뒤로 밀리면서, 공시 의무화 시기도 무기한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탄소 중립의 첫발로 ESG 공시 의무화를 지목한 상황이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재하면서 탄소 중립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오는 2026년 이후로 미루고 구체적인 날짜는 나중에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원래는 우리나라도 올해 안에 공시 기준 등을 마련해 내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발을 받아들여 현행 그대로 업계 자율에 맡기고 공시 의무화 시기는 나중에 가서 검토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ESG에 대한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추진 의지 자체는 견고하다.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GSIA)의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 리뷰 2022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지속가능 투자 규모는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2020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미국은 14% 감소했다.
이는 미국이 '그린워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구체적인 ESG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의 경우 집계에서 뺀 영향이다. 미국에서는 기존 피투자기업에 대한 연기금 등의 주주 관여 활동을 ESG 투자에 반영하는 방식이 늘고 있어, 실질적인 ESG 규모는 오히려 늘었다. 미국과 유럽은 올해 안에 ESG 공시와 관련한 제도적 정비와 법제화를 완료하고 당장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ESG 공시와 관련해 국내 재계에서는 준비가 덜 됐다는 입장이다. 작년 10월 한국경제인협회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ESG 공시를 할 수 없는 배경으로 ‘명확한 기준 부재’와 ‘준비기간 촉박’ ‘인력·인프라 부족’ ‘법률리스크 확대’ ‘산업구조 불리’ 등의 이유를 제시한 바 있다.

ESG 전문기관에서는 ESG 공시 연기로 인해 탄소 중립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들의 ESG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선 공시 의무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강제력이 빠지면서 ESG 부담만 줄여준 꼴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국내 한 ESG평가기관 대표는 “ESG 공시를 하면서 기업이 관련 성과를 신경 쓰고 내부적으로 온실가스에 대해서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서 보통 주요국에서는 2026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30년에 우리나라는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목표를 40% 감축하겠다고 이미 국제사회에 천명한 바 있다”며 “현재 주요 친환경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탄소 중립 정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