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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싸움’ 10년새 4배 급증… 금융권 ‘신탁’ 통해 중재자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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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싸움’ 10년새 4배 급증… 금융권 ‘신탁’ 통해 중재자 자처

작년 상속분쟁 연간 2945건…올해 3000건 돌파 유력
재산싸움 많아지지만, 상속 서비스는 초기단계 그쳐
현재 일부만 상속 서비스 제공…유언신탁 등 확대해야

고령화로 인해 상속 서비스 수요가 많아진 만큼 금융권의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고령화로 인해 상속 서비스 수요가 많아진 만큼 금융권의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고령화로 상속 분쟁이 10년 만에 4배가량 급증하면서 신탁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속 분쟁을 법원에서 하려면 법률비용이 적지 않아 신탁으로 형제자매 간 재산 싸움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유언장을 대체하는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신탁 서비스는 초기에 그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상속 분쟁 이전에 금융회사가 선제적으로 다양한 상속 서비스를 제공해 형제자매 간 재산 싸움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3일 금융권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는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일부 보험사, 증권사 정도다. 그나마 은행에서 신탁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는데,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누적 수탁고는 작년 말 기준 약 3조원 수준이다. 특히 가장 먼저 출시한 하나은행의 ‘하나리빙트러스트’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증권사 중에선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이 유언대용신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회사의 상속 서비스가 중요해진 배경은 초고령화로 인한 상속 분쟁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2023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사건’은 2945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사건은 2014년 771건, 2015년 1008건이었고 2020년(2095건)에는 2000건을 넘어섰다. 올해는 3000건 돌파가 유력하다. 상속 분쟁 중 발생하는 가족 간 민사소송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구조가 초고령화로 진입했다는 점도 상속 분쟁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7.5%로 나타났으며, 2025년에는 20.6%를 기록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35년에는 30.1%, 2050년에는 43%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망자 수도 2000년대 연간 24만 명대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35만 명 수준까지 도달했으며, 그중 70세 이상 고령층 사망자의 비중이 78.5%로 압도적으로 높다.

초고령화에 따라 상속 시장의 성장성에 금융회사들이 주목하는 추세지만, 아직은 유언대용신탁 정도에만 그쳐 외국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상속 서비스가 우리보다 발달한 일본을 보면 유언대용신탁뿐만 아니라 사전에 공증을 받은 유언장을 신탁은행이 보관하고 사후에 신탁은행이 유언집행자가 돼 유언을 집행하는 ‘유언신탁’과 상속이 발생한 이후 상속자들의 위임을 받은 신탁은행이 상속 절차를 대행하는 ‘유산정리 서비스’ 등으로 확대돼 있다.

일본의 주요 은행들은 상속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상속 관련 상품 라인업 구축 외에도 디지털 기반의 다양한 상속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상속 상품·서비스들이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인식을 극복하고 이용자를 넓히기 위해 디지털 기반의 상속 서비스를 마련했다.

연구소 측은 “부의 세대 간 이전 과정 속에서 지역 간 자산 이동, 상속 분쟁 등이 지금보다 확대될 것”이라면서 “한국도 일본과 같이 자녀 세대들이 도심 지역에 몰려 있으며, 부동산 중심 자산 구조, 유언장 작성 문화 미정착 등으로 인해 상속 발생 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들도 부의 이전 시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피상속인과의 거래 관계 심화를 통해 사전에 미래 상속인과의 거래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