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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분쟁 증가①] 손보사 보험금 거절 연 15만건… 빅5 비중 80%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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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분쟁 증가①] 손보사 보험금 거절 연 15만건… 빅5 비중 80% 넘어

생·손보사, 작년 한 해 총 16만2135건 ‘부지급’ 결정
매년 1만5000건 이상 보험금 거절…관련 소송도↑
보험사 중심 애매모호한 ‘약관’…소비자 중심 개선해야

보험금 청구를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금 청구를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객들이 청구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청구 거절이 연간 15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이 중 빅5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 부지급 사유로는 약관상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거나, 고지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가 가장 많다.

일각에서는 애매모호한 약관 해석을 보험사들이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금 지급 관련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부지급률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8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 공시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총 16만2135건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회사가 1만2800건을 기록한 반면, 손해보험회사에서는 이보다 12배 가까이 많은 14만9335건을 기록했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은 매년 생·손보 합산 10만 건 이상 발생하는 단골 민원 소재다. 부지급률은 생보업계와 손보업계가 각각 0.7%, 1.5% 정도로 전체 청구건 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부지급 건수가 줄고 있는 추세도 아니다. 부지급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손보업계의 경우 작년 상반기 말 부지급률이 1.39%에서 같은 해 하반기 말 1.51%로 악화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보험금을 거절하는 보험사는 대부분 보험금 청구가 많이 들어오는 대형 보험사들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파악한 보험금 부지급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3년간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라이나생명 등 5개사에서 발생한 부지급 건수는 2만6376건으로 전체 생보사의 66%를 차지한다. 삼성생명이 1만1100건으로 가장 많았고, 라이나생명 5713건, 교보생명 4330건, 한화생명 3963건, 신한라이프 1270건 순이다.

단체 측은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질병보험과 실손보험에서도 보험금 부지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보험사는 계약자가 고의로 발생시킨 사고라고 주장하거나, 복잡한 약관상의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보험금을 부지급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손해보험회사 중에서도 부지급 상위 회사는 대형회사들이 차지했다. 작년 하반기 반기 기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사에서 발생한 부지급 건수는 6만9896건으로 전체 88%가 대형사에서 발생했다. 현대해상이 2만89건으로 가장 많고, DB손해보험 1만7226건, 삼성화재 1만3301건, KB손해보험 1만17건, 메리츠화재 9263건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수년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실손보험에서도 보험금 거절이 두드러졌다.

보험금 거절은 보험사와 소비자 간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작년 상반기 말까지 보험사들이 보험금 관련 법적 다툼을 해결하기 위해 쓴 비용만 총 442억2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사들은 매년 170억원 안팎의 비용을 소비자와의 법정 다툼 비용으로 쓰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청구한 건수가 있고, 고지의무 등을 위반해 보험금 청구가 거절되는 사례도 여전하다”면서 “최근에는 보험사기도 워낙 많고, 과잉의료도 많다 보니, 보험금 심사가 예전보다 더 까다로워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