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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보험 엑소더스②] 시장포화, 저출산·고령화에 韓시장 매력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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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보험 엑소더스②] 시장포화, 저출산·고령화에 韓시장 매력 ‘뚝’

규제 등 불확실성도 커…전문가 "소비자 선택권 축소 우려"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달아 짐을 싸는 것은 국내시장 포화가 가장 큰 요인이다. 국내 보험 가입률이 이미 98%에 달하고, 저출산·고령화로 성장성이 둔화되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와 회계제도 변경 등 ‘사업의 불확실성’ 등으로 외국계 보험사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매각 협상을 진행하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뿐 아니라 다수의 외국계가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중국다자보험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외국계 보험사들의 한국 시장 이탈 가속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외국계 보험사들의 한국 시장을 떠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시장 축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한국의 보험 가입률이 이미 98%에 달해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점, 당국의 강력한 규제와 회계제도 변경 등이 외국계 보험사들에 ‘사업의 불확실성’ 등으로 작용한다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외국계 보험사들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외국계 보험사들은 보험료수입 기준으로 국내 시장에서 2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2023년 국내 보험시장에서 외국계 보험사들의 점유율은 9.3%까지 떨어졌다.
한국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험산업의 성장성 전망이 어두워진데다, 대형 국내 보험사 위주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외국계 보험사들은 입지를 넓히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한국 소비자들이 외국계 보험사들보다 한국 보험사들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외국계 보험사 이탈의 이유로 꼽힌다.

규제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적자사업'으로 불릴 정도로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보험사들이 자의적으로 요율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초과해 손해를 보더라도 보험사 자체적으로 보험료를 올릴 수 없다. 실제로 근 10년동안 자동차보험이 적자를 면한 건 2,3년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의 배당 간섭도 외국계 보험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해 메트라이프생명, 라이나생명, 동양생명 등이 순이익의 상당수를 배당으로 본사에 송금하자 금융당국이 배당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외국계 보험사 입장에선 자신의 사업으로 낸 순이익을 본사로 송급하는데 제재를 한다는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알리안츠, 아비바, 도쿄해상 등 글로벌 보험사의 배당 성향은 꾸준히 50%대를 유지하고 있고 이러한 보험사의 지속적이고 높은 배당성향은 글로벌 기준에서 고평가를 받는다. 반면 한국에선 배당 부문에서 당국의 규제와 간섭이 반복되다보니 외국계 보험사 입장에선 한국 보험시장이 불확실성이 강하다는 인식을 버리기 어렵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도 외국계 보험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외국계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아 새 회계기준에 따라 자본을 대폭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더불어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새로 제시하는 등 지속적인 제도 '수정'을 해 제도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이번 중국다자보험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한국 생보사 매각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자보험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시장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며 "시세차익과 보험 영업 노하우를 모두 챙긴 상황에서 사업 유지에 대한 미련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따라 철수하다보니 한국 보험산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장기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시장 경쟁력 저하와 소비자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