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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보험 엑소더스①] ABL·동양생명 매각 성사되면 벌써 8번째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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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보험 엑소더스①] ABL·동양생명 매각 성사되면 벌써 8번째 철수

네덜란드 ING, 영국 아비바, 독일 알리안츠 이어 중국계도 고배
철수와 진출 반복…현재 23개 외국계 생·손보사 국내 영업 중
보험시장 포화에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 영업환경 차이 등 요인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보험시장을 떠나는 외국계 보험사가 7개사에 이른다.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매각이 성사되면 벌써 8번째 철수다. 강한 규제와 시장 포화로 글로벌 보험사들이 우리나라 보험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가 중국계 ABL생명과 동양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외국계 보험사가 8번째로 철수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업하고 있는 생명·손해보험사는 총 23개사(재보험사·지점 포함)다. 10년 전인 2014년 당시 26개사와 비교하면 3개사가 줄었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는 동양생명과 라이나생명, 메트라이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ABL생명, 처브라이프생명, 푸본현대생명, AIA생명 등 총 8개사가 국내에서 영업 중이다. 손보사의 경우 생보사보다 훨씬 많은 15개사가 영업 중인데, 대부분이 지점이고 별도 법인설립을 통해 진출한 회사는 악사손해보험과, AIG손해보험 등 2개사에 그친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그간 우리나라 보험시장 진출과 철수를 반복해왔다. 네덜란드계 ING생명은 2013년 철수했으며 영국계 우리아비바생명은 2014년, 독일계 알리안츠생명은 2016년, 영국계 PCA생명은 2017년, 미국계 푸르덴셜생명은 2020년 국내 시장을 떠났다. 가장 최근인 2022년에는 미국 시그나그룹이 라이나생명을 스위스 처브 그룹에 팔면서 한국에서 철수했다. 현재 ABL생명과 동양생명의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데 이들 매각이 완료되면 외국계 보험사 수는 더 줄어들게 된다. 이들 보험사의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도 현재 한국 시장 철수를 준비 중이다.
외국계 보험사의 철수가 빈번하다 보니, 걸핏하면 매각설에 시달리는 보험사도 적지 않다. AIA생명 역시 매각설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회사다. 이 회사는 1987년 설립된 알리코(ALICO)의 한국지사 ‘알리코코리아’에서 출발했는데, 사명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알리코코리아에서 알리코생명, 아메리카생명을 거쳐 2000년 AIG 산하로 소속이 바뀌며 AIG생명으로 정착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AIG 본사에서 아시아 생보사업이 분리돼 홍콩 AIA로 독립하면서 2009년 AIA생명으로 재차 사명을 변경했다.

AIA생명이 한국에서 철수할 의향을 공식화한 일은 없다. 그러나 외국계 보험사들이 철수할 때마다 함께 이름을 올리는 곳 중 한 군데다. 특히 우리나라 보험시장이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라 성장동력을 상실해 가면서 매각설에 힘을 더하는 분위기다. 메트라이프생명 역시 꾸준히 철수설이 제기되는 보험사다. 하지만 메트라이프 그룹 내 수익 기여도가 높을 뿐 아니라 한국 시장 내 입지도 탄탄해 당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
메트라이프생명은 1998년 미국 메트로폴리탄생명이 보유지분 51%에 국내기업 보유분 49%를 전량 취득해 100% 미국계 회사가 됐다. 이후부터 올해 3월까지 잊을 만하면 지분 구조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왔다. 현재 메트라이프생명의 최대주주는 메트라이프UK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향후 5년 안에 국내 생보사 상위 5개사 안에 들겠다고 선언하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배경이 자국 보험사의 수익 악화로 인한 것인지, 우리나라 시장 매력 하락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모국 대비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와 영업환경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경쟁이 심하고 포화한데다 규제 강도도 강한 편이라 사업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