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책임 소재와 보험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화재는 일반 차량에 비해 진화가 어려워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험업계와 소비자, 시민들의 우려가 커졌다.
전기차 화재 원인에 따라 ‘누가’ 보상해야 하느냐는 책임론과 보상범위와 보상방법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또 전기차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보험상품 개발과 충전소·주차장 관리 시설, 소방 설비 업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의무로 보험에 가입하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2일 보험업계에서는 대형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보험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실제로 전기차의 화재·폭발 사고율이나 사고 비용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전기차 보험료 인상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차별적인 비용 인상이 '전기차 포비아' 현상을 강화해 전기차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차의 화재·폭발 사고율이 내연기관 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기차는 1만 대당 0.93대가 화재·폭발 사고를 겪은 반면, 내연기관 차는 1만 대당 0.90대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긴 주행거리와 급가속 성능이 사고 위험 노출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특성상 화재 발생 시 진화가 어렵고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양극재에 산소가 내장되어 있어 산소 공급을 차단해도 불이 쉽게 꺼지지 않으며, 배터리가 차체로 포장되어 있어 소화수가 발화 지점까지 도달하기도 어렵다.
손보업계는 전기차 화재 등 손해율 상승을 우려해 보험료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의 경우, 자차보험 신청 차량만 600대가 넘어 피해액이 1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행 중일 때뿐 아니라 주차 중에도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선 전기차 보험료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화재는 지난 14일 상반기 실적설명회를 열고 "전기차는 전체적으로 손해율이 높아 내연기관 차량보다 1.4배 정도의 보험료를 받고 있다"며 “차종별 사고율이 다르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우량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화재 사고 등이 많은 차종이나 배터리 제조사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전기차 보험료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 차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안 그래도 보험료가 일반 차보다 높은데 실제 인상 시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는 '전기차 포비아'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일반 차량보다 이미 높은 전기차 구매 비용에, 최근 부각되는 사고 위험 그리고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료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보험사들은 대물배상한도 증액이나 배터리 사고 '특약' 등을 탑재한 전기차전용상품을 개발해 대응하고 있다. 현재 현대해상은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신품가액보상 특약과 전기자동차 초과수리비용지원특약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단순한 보험료 인상보다는 전기차 관련 보험체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대규모 사회적 재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단순히 전기차 화재를 ‘누가’ 보상해야 하느냐는 책임론을 넘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 원인은 밝히기도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또 사고 원인에 따라 보상범위와 보상방법도 확연히 달라지는데 대개 이러한 결론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만약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차주나 제조사의 자체 부담능력을 벗어나 실질적 피해보상이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전기차만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보험상품 개발과 함께 충전소·주차장 관리 시설, 소방 설비 업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의무로 관련 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외에도 전기차 대형 사고에 대비해 손보사의 자동차 대물책임보험료 일부를 각출하고 전기차 업체, 배터리 제조사와 유통사의 매출액 일정비율을 출연해 일종의 '합동 전기차 대재해기금’을 조성하는 등 전기차 관련 사회적 배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