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에 브레이크가 없다.’
집값상승과 패닉 바잉 현상이 이어지면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8월 새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12조4370억원으로 나타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달 9일까지 주택구입 개별 주담대 신규 취급액도 3조645억원 증가했다. 추석 여파로 대출업무가 멈췄지만 연휴 이후 추가 증가액이 또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 국민은 평균 연소득의 2배 이상의 막대한 대출 잔액으로 허리가 휘고 있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5대 은행이 9월 9일까지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3조645억원으로 나타났다. 추석 대출업무 중단으로 소강상태지만 연휴 이후 증가액이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5대 은행이 지난달 새로 취급한 주담대는 12조4370억원이었다. 사실상 역대 최대 규모다.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담대 규모가 늘었고, 막차라도 타겠다는 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기존 7월에서 9월로 돌연 연기하면서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과 같은 효과가 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6월부터 갭투자 의심 주택 구매 건수가 급증해 7월에는 갭투자가 넘쳐났던 2020년도 수준까지 증가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9월 하루 평균 주담대는 3405억원 규모다. 8월(4012억원)보다 15% 적지만 7월(3861억원)이나 6월(3617억원) 대비 큰 차이가 없다.
주담대는 서울 등 수도권 쏠림현상이 더 심해졌다. 똘똘한 한 채와 신축 아파트 선호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이달 주춤하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일 경우 주담대 증가속도는 점차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이미 평균 연간 소득의 2배가 넘는 막대한 대출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고금리로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233.9%이었다. LTI는 지난 2022년 2분기 238.0% 고점 이후 차츰 낮아지고 있다.
이는 '영끌' 주택 매수 등 불안한 주택시장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차 의원은 "내수의 주축이 돼야 할 40대가 빚의 늪에 빠졌다"며 "LTI가 최고 수준으로, 코로나19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가계대출이 급증해 기준금리 인하까지 늦추고 있다.
당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9월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면 한은이 10월부터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는 등 한은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은은 9월과 10월 가계부채 흐름을 지켜본 뒤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