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8개 금융지주 회장과 만나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적극 참여하라"고 압박하자 은행권이 막판 작업을 가속하고 있다.
첫발은 신한은행이 내딛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융감독당국에 제출해 부서장부터 은행장까지 점검시스템을 도입했다. 본점·영업점 부서장들의 내부통제 및 관리를 위한 매뉴얼도 별도 마련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아직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다. 당국이 제시한 10월 말까지 책무기술서를 확정해 당국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다. 빠르면 차주 국감 시작을 전후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의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고자 속도보다는 방향성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큰 틀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당국과의 논의를 거쳐 마련된 상태”라고 말했다. 마감 기한에 임박해 제출하더라도 공을 더 들이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책무구조도 세부지침이다. 당초 책무구조도는 임원제재보다는 자체적이고 자율적인 내부통제, 감시역할의 강화에 방점을 뒀기 때문에 당국의 상세한 가이드라인이 제공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융사고 규모에 따른 책임 담당자 등 큰 틀은 정해져 있지만, 사고 탐지 및 후속 처리 방안 등 세부지침은 은행마다 다를 전망이라 유사한 사건에 다른 기준이 적용되진 않을까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은행장 연임 이슈까지 겹쳤다. 5대 시중 은행장 모두는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연임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일단 당국 요청대로 조기에 책무구조도를 내놓는다는 방침이지만, 이후 보완·수정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는 처음 들여오는 지침인 만큼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미비 부분이 발견될 경우 향후 시범 시행 기간 중 보완할 수 있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