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회사의 임원 등은 대부분 단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을 보면 지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보험회사의 CEO와 사외이사, 등기임원 등 재임 기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50개월 남짓이었다. 대부분 임원이 잘해봤자 최장 4년 남짓의 임기를 부여받은 셈이다.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사외이사의 평균 임기는 30개월 정도에 그쳤고, 기타 임원들도 최대 3년 반 정도밖에 채우지 못했다.
재임 기간 중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출혈경쟁도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경쟁 역시 ‘단기실적 채우기’란 지적이 많다. 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권의 과당 경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진 생명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두고 출혈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으로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경영진에 대한 보상체계가 ‘현금’ 중심이라는 점도 CEO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보험사 임원의 보상체계를 보면 총보수 중 기본급 비중이 62% 정도로 성과급(38%)보다 훨씬 높다. 미국 보험사의 기본급 비중이 약 16%라는 점과 비교해보면 현금 지급 비중이 과도할 정도로 높은 셈이다. 미국의 경우 스톡옵션 등 주식을 통해 장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회사의 성장과 함께할 수 있는 보상체계가 구축하지 않은 실정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 경영자 임기가 대략 2~4년 수준이고, 재임기간 내에 보수만 취득하면 되다 보니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추구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보험사의 손익이 장기에 걸쳐 발생하는 특징을 고려할 때,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전략은 미래 기업가치 감소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의 재직 연수가 시행착오 감소로 이어져 경영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많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 관련 연구원에서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은행과 증권업 등에서도 ‘장수 CEO’를 독려하고 있다. 경영진의 임기와 함께 성과체계를 ‘중장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임기가 길수록 수익성과 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는 연구는 이미 많이 증명됐다”면서 “임기가 충분히 보장된다면 짧은 재임기간 내에 무리하기 단기수익을 추구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 하에 경영활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