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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경쟁과열②] 설계사 스카우트 高비용...이익 남기려 ‘부당 승환계약’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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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 경쟁과열②] 설계사 스카우트 高비용...이익 남기려 ‘부당 승환계약’ 활개

최근 2년 간 ‘멀쩡한 계약’ 없앤 사례만 3500여건
아무말 없이 성과 달성에 유리한 ‘신계약’만 체결
피해 고객, 환급금 줄고 보험료만 4배 이상 올라
과도한 정착지원금·시책 등 잘못된 판매 관행 부추겨

보험업계 과잉 영업경쟁으로 인해 부당 승환계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업계 과잉 영업경쟁으로 인해 부당 승환계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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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주부인 A씨는 최근 보험설계사 B씨로부터 보장 수준이 더 좋은 종신보험으로 갈아탈 것을 권유 받았다. 기존계약을 해지하고 신규 계약을 체결한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깜짝 놀랐다. 보장 수준을 보니 기존보험과 별다르지 않았고 매월 36만 원씩 납입하던 보험료는 무려 139만 원으로 4배 이상 올랐다.

공룡 법인보험대리점(GA) 중심 설계사 영입전쟁 과열로 ‘부당 승환계약’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GA가 수천만 원의 지원금을 내걸고 스타 설계사를 영입하고, 영입된 설계사들은 실적을 채우기 위해 무리한 ‘부당 승환계약’을 유혹받고 있다.

승환계약은 보험 설계사가 다른 회사로 옮기면서 자신이 관리하던 기존 고객의 계약을 해약한 뒤 새 회사의 보험계약으로 재가입시키는 행위다. 금융당국은 중도해약에 따른 금전손실 등 보험계약자가 부당한 손실 피해를 우려해 승환계약을 금지하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과 GA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부당 승환계약’ 금지 위반으로 인해 기관경고·과태료 등 조치를 받은 GA는 총 10개사로 집계됐다. 이와 연루돼 징계를 받은 설계사들만 무려 110명에 달한다. 설계사별로는 최대 3150만 원의 벌금도 내려졌다.

최근에는 5개 대형 GA에서 총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1개사 평균 537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6개월 이내 소멸된 기존계약과 신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아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무려 3500여건 넘는 기존계약을 소멸했다. 설계사 1명이 39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41건의 기존계약을 말소한 사례도 있었다.

보험 설계사들이 부당 승환계약의 유혹에 빠지는 배경은 결국 영업 압박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설계사들은 통상 이직하게 되면 새로운 근무환경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많게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는다. 일종의 영업 독려금이다. 사실상 받은 만큼 실적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란 평가가 많다.

실제 금감원 조사에서 다른 성과보상 외에 정착 지원금으로만 ‘중형 세단’ 한 대 값인 약 4500만 원을 받은 설계사도 있었다. 전 국민의 98% 이상이 보험에 가입한 만큼 포화한 상황에서 설계사들이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신규 계약을 체결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인해 보험에 대한 수요가 줄고, 영업 압박은 심화하는 상황에서 보험 갈아타기 외엔 마땅한 방도를 찾지 못하는 셈이다.

이런 경향은 지난 2020년부터 보험업계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 현상이 본격화하면서 짙어졌다. 대형 보험사들은 전속 설계조직을 떼어 내 너도나도 ‘자회사형 GA’를 설립했고 유능한 설계사를 영입하기 위한 쟁탈전이 수년째 지속하고 있다. 외부 영업환경뿐만 아니라 GA 내부적인 문제도 적지 않다.

정착지원금에 대한 지급 기준이 없을뿐더러 일부는 상한액도 설정하지 않았다. 특히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더라도 정착지원금을 환수한다는 조항 없이 운영하는 GA들이 대부분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정착 지원금을 포함한 시책 등이 과도하게 지급되면 설계사들이 단지 성과만을 위한 영업에 빠질 수 있다”면서 “결국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상품 위주로 판매하면서 부당 승환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