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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260만 외국인 공략] 특화 점포 확대... 고령화·인구감소 대안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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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260만 외국인 공략] 특화 점포 확대... 고령화·인구감소 대안 급부상

"외국인 환영" 정부 정책 기조에 '멀리보기' 전략

하나은행 컬쳐뱅크 천안역 지점에 내점한 외국인 고객들이 대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이미지 확대보기
하나은행 컬쳐뱅크 천안역 지점에 내점한 외국인 고객들이 대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은행이 국내 체류하는 260만 외국인 손님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체류 외국인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당장의 비용을 감안하고 ‘멀리 보기 전략’을 택한 것이다.

정부 정책 기조도 외국인에 문을 열고 있어 은행 간의 경쟁도 더욱 쟁쟁해질 전망이다.
7일 금융권과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5년 후인 2029년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외국인 수는 올해 8월 기준 264만여명으로 국내 총인구의 5.1%를 차지, 이 가운데 장기 체류자는 196만여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실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는 내국인이 10만명 줄었으나 외국인이 18만명 늘어난 영향에 5177만여명으로 증가 전환했다.
시중은행은 이미 준비태세에 들어간 상태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손님과 스킨십 하는 ‘고객특화점포’ 운영에 힘을 쏟고 있다. 평일에 은행 영업점을 찾기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 총 16개 일요영업점을 운영 중인 것에 더해 최근 평택외국인센터점을 추가 개설했다. 고객의 말을 38개 언어로 실시간 통·번역하는 서비스 덕에 일요일 하루 평균 약 300명의 외국인 손님이 방문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일요영업점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 대상 특화서비스 및 네트워크 우수성을 인정받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격년으로 주관하는 외국인 근로자 전용 보험료 납입 통장 개설 은행 입찰에서 지난 2018년부터 연속 4회 1위 은행으로 선정됐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손님이 국내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체류, 출국까지 전 과정에 걸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질세라 외국인 고객 전용 창구인 ‘글로벌 데스크’를 추가로 설치했다. 마찬가지로 일요일 영업까지 가세해 외국인 고객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대면으로 외국인 손님을 잡기 위한 신한은행의 행보도 눈에 띈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전용 체크카드인 ‘SOL글로벌 카드’를 출시, 연말까지는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송금 시 100% 환율 우대 혜택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직원과 고객의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해주는 STT(Speech to Text) 디스플레이를 영업점 창구에 들여오기도 했다. 현재 신림동지점과 한양대지점 등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은행들의 이 같은 경쟁 구도는 외국인의 국내 정주를 독려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법무부는 이민을 활용해 경제와 지역 발전을 촉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을 지난해 말 의결, 오는 2027년까지 적용된다.

서울시도 공감대를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정책 혁신 토론회를 통해 국내 이민정책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은의 지난달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유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고용을 늘릴 것으로 전망됐다. 우려되는 부분인 내국인 전체 임금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외국인 손님에 집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리 없으므로 충분히 경쟁력 있는 고객 대상으로 고려된다”며 “고객 확보 사업은 꾸준히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국내 손님과 달리 외국인 손님은 최초의 주거래은행을 쉽게 변경하지 않아 ‘충성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첫인상에 사로잡기 위한 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