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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260만 외국인 공략] 외국인 근로자 소비력 확대... ‘시장포화’ 보험·카드,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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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260만 외국인 공략] 외국인 근로자 소비력 확대... ‘시장포화’ 보험·카드, 블루오션

국내 체류 외국인·외국인 근로자 모두 증가세…외국인 전용 금융서비스 필요성 급증

지점 보험설계사 50명 가운데 45명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삼성생명 영등포스타지점 대표 컨설턴트들. 사진=삼성생명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지점 보험설계사 50명 가운데 45명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삼성생명 영등포스타지점 대표 컨설턴트들. 사진=삼성생명 제공
국내 체류 외국인 260만 시대를 맞아 구매력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서 시장이 포화되는 보험, 카드에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인 출신 보험설계사 수가 최근 5년새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외국인 타깃 마케팅이 활발해졌다. 카드사들도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 전용 체크카드를 잇달아 선보이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확대하는 중이다.

7일 금융권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국인 근로자 수는 92만3000명으로 전년 대비 약 8만 명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 10명 중 8명이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을 희망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오면서 외국인 대상 서비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령화와 시장 포화로 금융권의 내국인 대상 사업 확장이 어려워진 가운데, 외국인 전용 금융 서비스는 아직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외국인 출신 보험설계사 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해 5개 주요 생명보험사의 경우 2020년 말 912명에서 지난달 말 1969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손해보험사 6개사의 외국 국적 전속 설계사도 1426명에 달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장기 체류 외국인의 보험 가입률은 41%로, 생명보험 31만 명, 장기손해보험 42만 명, 자동차보험 22만 명 등 총 69만 명이 1개 이상의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60%에 가까운 장기 체류 외국인이 민영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장공백'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외국인 장기 체류자를 위한 다양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하나은행과 'EPS 외국인 근로자 전용 보험'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삼성생명은 올해부터 외국인 고객에게 월 1회 모국어로 보험 정보를 제공하는 ‘외국인 고객 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화생명은 외국인 설계사를 위해 주요 교육자료를 중국어와 베트남어로 번역해 따로 제공한다. 추후 다른 언어로도 서비스를 확대해 고객 편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외국인 전용 국내 여행보험을 출시해 판매량이 월평균 100%이상 성장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외국인 등록번호 대신 여행 기간·여권번호·성명·성별 등 최소 정보만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 주효했다.

최근 관련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보험업계는 장기체류 외국인을 위한 전용 보험 상품을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90일 이상 장기체류 외국인은 191만 명으로, 2022년 말 대비 13% 증가했으며, 특히 20·30대의 장기체류 외국인이 크게 늘어 잠재적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카드사들도 외국인 전용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 전용 체크카드인 '신한카드 SOL글로벌 체크카드'와 'SOL글로벌U 체크카드' 2종을 출시했다. 해당 카드는 외국인등록증 소지 고객이라면 누구나 발급 받을 수 있고, 별도 연회비도 없어 편리성이 확대됐다. 지금까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체크카드는 대부분 해외에서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신한카드가 새로 출시한 이번 신상품은 비자와의 제휴로 해외에서 사용이 가능해 외국인들이 국내·외 겸용으로 쓸 수 있다.

한국에서 외국인의 카드 사용은 증가세에 있다. 특히 전통 금융사 외에도 스타트업들의 관련 시장 진출이 활발한 상황이다. 실제로 방한 외국인 전용 올인원 선불카드 와우패스 앱 가입자 수는 올해 100만명을 돌파하고 충전액이 4000억원을 넘은 상황이다.

최근 금융사들이 외국인 대상 서비스 확대를 서두르고 있지만 기업마다 서비스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핀테크 업체 등에 비해 서비스 적용 수준이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인 전용 선불카드 등 관련 시장은 오렌지스퀘어의 '와우패스', 티모넷의 '댐댐', 아이오로라의 ‘나마네 카드’ 등 스타트업들의 진출이 눈에 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신용평가 등 정보가 부족해 한국에서 금융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도 이들을 위해 대안신용평가 확대 등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다만 제도권 금융사는 핀테크와 지배받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 환경이 다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외국인 고용허가제(E-9)' 도입 규모를 확대하고 외국인 관광객 연 2000만명 유치 목표를 발표한 상황에서 제도권 금융사의 적극적인 관련 사업 진출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규제 개혁과 법령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