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고위직으로 선임되더라도 이사회에서 부적격으로 판단 시 해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고위 임원 대상 ‘적격성 심사 제도’가 부재해 법적 요건 충족시 임기를 이어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인사가 논란이 되는 배경은 역시 전문성 때문이다. 임명된 인사 대부분이 금융업과 크게 무관한 전공이거나 경력을 보유한 자들이다.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김대남 SGI서울보증 상임감사위원은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으며, 시행사 대표로 근무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캠프에서 일하다가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냈다.
올해 4월 BNK경남은행 상임감사로 임명된 김진성 전 대통령법률비서관실 행정관 역시 검찰 수사관 출신이다. 과거 검찰 내 회계 분석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과거 국정농단 특검을 비롯한 대기업을 겨냥한 굵직한 특수수사를 두루 거치며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도 오랜 인연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는 비단 윤석열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자 입맛에 맞는 인사가 금융권 고위직으로 이직해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 안에 재취업하는 경우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며,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기관과 취업 심사 대상 기관의 업무 간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확인하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위직으로 선임된 인물에 대해 적격성을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는 적격요건보다는 ‘결격사유’에 집중해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회사 임원에게 요구하는 자격요건이 매우 느슨한 편이다. 우선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검증해 선임하고 나중에 감독당국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반면 영국의 경우 금융감독당국이 직접 고위 경영자에 대하여 적격성을 심사하고 핵심기능을 수행하는 직원에 대해서도 적격성 구비를 요구한다. 싱가포르와 홍콩, EU 등에서도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해 적격성 심사를 한다.
이영경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행 제도로는 금융회사 임원의 적격성 보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금융회사의 임원의 자격요건 심사를 공정하게 할 수 있도록 독립된 위원회를 활용하도록 하고, 임원으로 선임된 후 적격하지 않음이 드러난 때에는 해임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