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우리·KB국민·롯데·BC·삼성·신한·하나·현대카드 등 8개 카드사에서 발생한 ‘차입금 이자’ 규모는 총 6793억 원이다. 작년 반기 말(6310억 원)보다 7.6%(482억 원) 늘었다. 차입금 이자는 채권이나 금융기관 등을 통해 외부에서 들여온 자금에 대한 이자다.
차입금 이자는 지난 2020년과 2021 당시 연간 4000억 원대에 그쳤다. 그러나 고금리가 본격화하던 2022년부터 9068억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여신업계 차입금 이자는 작년 말 1조2950억 원을 기록해 이자로만 조 단위 넘게 지급했다.
카드사들이 최근 몇 년간 비용부담에 시달리는 배경은 여전채 영향이 절대적이다. 카드사들은 주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여전채를 발행한다. 2020년 당시에는 저금리였기 때문에 여전채를 1~2%대에 발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2년부터 고금리가 본격화하면서 여전채 금리도 같이 뛰었다. 당시 여전채가 가장 높을 때는 무려 6%대 금리도 있었다. 현재 여전채 금리는 3%대 중반에서 안정화했지만, 2~3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세 배가량 높다.
고객 혜택 확대에 조심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무이자 할부나 카드할인 등 혜택뿐만 아니라 자동차 할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주요 사업에 재원으로 쓰인다. 일부 카드사를 제외하면 아직까지도 장기 무이자할부를 재개하지 못하는 회사가 대부분인데 모두 비용부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영업환경이 개선하기 전까지는 비용절감 움직임이 우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달 부담이 낮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연말 수익성과 직결되는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사실상 예고’해 있는 만큼 마케팅 확대에 나서기 쉽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비용부담이 낮아져 마케팅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도 있지만, 여전히 이전보다 두 배, 세 배 이상 이자를 지출하고 있다”면서 “부진한 업황을 고려했을 때 적극적인 마케팅 확대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