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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포퓰리즘①] 이미 긁을수록 손해인데…연말 5번째 인하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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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포퓰리즘①] 이미 긁을수록 손해인데…연말 5번째 인하 예고

당국, ‘가맹점수수료율’ 결정 위한 ‘적격비용 재산정’ 착수
2012년 수수료 인하 이후 카드사 세전이익 55% ‘증발’
일각선 ‘표심장사’ 비판…“긴축경영 불가피하다” 전망도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 인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 인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신용카드를 긁을수록 카드사의 손실이 커지는데 금융당국이 연말께 가맹점수수료를 추가 인하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가맹점수수료 도입 이후 벌써 5번째 인하다.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성이 악화되자 카드론 등 대출로 수익을 벌충했지만, 고금리 속 조달 비용이 급증해 역효과가 났다.

업계와 학계는 카드 결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미국·호주 등 선진국에 존재하지 않거나 폐지해 우리나라만의 갈라파고스 규제에 카드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15일 금융당국과 여신업계에 따르면 가맹점수수료에 대한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을 통해 카드사에 발생한 손실 규모는 연간 조 단위를 넘어섰다. 적격비용이란 카드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고려해 산정한 영업원가다. 3년 주기로 재산정 작업에 착수해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부를 정한다.

2012년 맨 처음 가맹점수수료율을 인하했을 당시 발생한 손실 규모는 3300억원이다. 이후 수수료 인하 부담이 누적되면서 2015년 6700억원, 2018년 1조4000억원으로 커졌다. 가맹점수수료는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로 소비자들이 카드를 이용할 때 받는 혜택과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가맹점수수료 인하 이후 카드사들이 떠안은 손실만 세전 이익의 최대 55% 정도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처럼 가맹점수수료 규제가 강한 나라도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 적격비용 체계의 모태로 알려진 호주마저 수수료 정책은 유연하게 하고 있다. 2003년 호주 중앙은행(RBA)은 적격비용 산정을 기반으로 신용카드·직불카드(체크카드)의 평균 수수료가 적격비용을 토대로 계산한 상한선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제했다.

호주에서 적격비용 재산정을 실시한 시기는 2003년·2006년 두 차례에 그친다. 그 후로 적격비용 재산정을 진행하지 않았고, 2016년 제도 폐지 이후에는 2006년의 카드수수료 상한을 현시점까지 유지하고 있다.

여신업계는 가맹점수수료가 소상공인에 충분히 부담되지 않는 수준으로 내려왔을 뿐만 아니라 인하 조치가 카드사의 수익성을 위협할 정도라고 한다. 일각에선 ‘표심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72만9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870만 명)의 약 20%를 차지한다. 섣불리 수수료 인상을 허용했다가 자영업자들이 정권에 등을 돌릴 수 있는 만큼, 여론 눈치가 우선 아니냐는 지적이다. 가맹점수수료는 더 이상 카드사의 주요 수입원이 아니다.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54%에서 작년 23.20%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카드사들이 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가맹점수수료가 더 내려갈 경우, 긴축경영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