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가맹점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여신업계와 학계가 금융당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여신업계는 그렇다쳐도 학계에서도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카드업계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2년간 지속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카드사의 수익구조는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주 수입원이었던 가맹점수수료는 이제 대출이자와 할부수수료, 심지어는 자동차금융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업계와 학계는 정부의 무리한 가맹점수수료 정책이 카드혜택 축소, 카드사의 대출 의존도 증가, 카드업 위축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고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그간 12년 동안의 재산정 과정에서는 이렇게까지 불만이 표출된 적이 없었는데 이처럼 반발이 심하게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지속된 가맹점수수료로 인한 카드업 위기가 심각하고 업계의 불만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통 한 이슈에 대해서 기업과 그 기업의 노조가 한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은데, '카드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카드업계 노조도 모두 한 목소리로 반대의견을 내는 것을 보면 이 문제가 카드업계에서 얼마나 큰 반발을 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신업계 관계자들은 지속적인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카드사들은 대출 사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었던 카드 혜택이나 무이자할부 축소, 연회비 인상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변화들도 신용판매 수익 감소에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또 과연 가맹점수수료 인하가 실제로 소상공인들의 경제 상황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소상공인의 96%가 이미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아 사실상 수수료가 없는 상황이고, 현재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지 못하는 가맹점은 매출이 30억 이상인 곳이 대다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해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소상공인을 위한 경제정책이 맞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현재 신용판매업은 사실상 적자사업"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올해 초에는 이러한 지속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로 인한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가 5년으로 늘어나거나 이번에는 적격비용 재산정을 해도 수수료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힘을 받았다. 그러나 연말에 내수경제 부진이 계속되면서 다시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카드수수료가 계속 인하되면 카드사들의 본업 비용절감이 더욱 심화돼 결국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카드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카드사들은 알짜카드들을 줄줄히 단종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신한카드의 '딥드림',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에브리원', 현대카드의 '제로에디션2' 등 인기 있는 시그니처 카드들도 모두 단종됐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제 카드사 본업이 신용업이 아닌 고리대금업이란 말이 나올 지경"이라며, "정치권이 소상공인 표를 의식해 카드수수료 인하만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