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과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차량 수리비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소비자물가는 평균 1.06% 상승했지만,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 손해액 증가율은 각각 5.98%, 6.81%다. 물가 상승률의 다섯 배 이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운전자들의 차량 선호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 중소형차나 경차보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외제차 수요도 증가하면서 전체적인 차량 평균 가격이 상승했다. 실제로 2016년 23%였던 대형차 비중은 2024년 7월 말 27%로 늘었고, 같은 기간 외제차 비중은 7%에서 13%로 거의 두 배 상승했다. 외제차의 경우 보험금 지급액이 국산차 대비 2.6배, 차량 부품비는 3.7배나 높아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의 보급 확대도 수리비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이들 차량은 배터리 수리 및 부품비가 높아 건당 손해액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경미한 손상에도 전체 교체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최대 3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차 역시 배터리와 엔진을 동시에 갖춰 부품이 많아 수리 비용이 높은 편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배터리가 손상되지 않더라도 엔진과 배터리 연결 부위의 수리나 교체가 필요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두 부품 모두 교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실제로 보험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전기차의 수리비가 더 높고, 하이브리드 차량의 수리 비용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긁힘·찍힘 등 교체가 필요하지 않은 경미한 외관 손상에도 부품을 교체하는 '모럴 해저드' 현상도 수리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수리만으로 외관 복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부품을 교체해 수리비가 증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동차 제조사들이 여러 부품을 하나로 묶은 모듈형 부품을 판매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개별 부품 수리가 어려워지고, 부품 교체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예를 들면, 외제차 라이트 커버가 깨졌을 때, 커버만 교체할 경우 수리비는 약 20만원이지만, 모듈형 헤드라이트 교체 시 비용은 약 180만원으로 9배 더 비싸진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