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건전성 악화' 이중고 캐피탈사…"규제완화 필요"

국내 캐피탈사가 수익 부진과 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신용카드학회 여신금융 태스크포스(TF)는 17일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2024 캐피탈 미래비전 포럼'을 개최하고 캐피탈사의 경영 현안과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 학회장은 "그간 고금리 여파로 인한 조달 비율 증가로 위험이 높은 부동산 PF와 기업 금융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으며 이는 최근 자산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며 “자동차 금융 등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업금융이나 부동산 PF에 대한 부실 때문에 캐피탈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자동차 금융 시장에 빅테크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캐피탈사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플랫폼을 바탕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및 자동차 금융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채 교수는 캐피탈사들이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캐피탈사들은 리스 반납 자산이나 할부 면세차와 같은 자산을 중고차 매매업에 활용해 자산을 회수하고 동시에 자원을 충원하는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통신판매업으로의 진출 역시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 통신판매업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당국에 사전 신고가 필요한 현행 규제가 있어 이를 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캐피탈사의 자산 건전성 강화를 위해 위험기반 자본 적정성 평가제도가 도입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은행은 BIS 자기자본비율을 통해 위험 가중 자산을 고려한 자본 확충 정도를 평가받고 있지만, 캐피탈사에는 이에 해당하는 규제 지표가 없다”며, 캐피탈사에 적합한 자산 건전성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교수는 캐피탈사는 하나로 묶여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형사는 자동차금융 위주고, 소형사는 기업금융 위주며 부동산PF가 문제가 되는 등 각 사마다 처한 환경이 크게 다르다며 '위험래버리지 배율’를 도입해 캐피탈사의 정확한 위험을 추정하고 캐피탈사 스스로 위험 인식을 높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국내 비은행권의 자산 건전성 기준을 은행 수준으로 강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캐피탈사의 보험대리점 등록 허용과 자동차 금융 서비스 확대를 위한 단기 리스 규제 검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금융기관 보험대리점 제도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은행, 카드사, 금융투자업계는 대리점 운영이나 보험판개가 가능했으나, 캐피탈사는 2016년 여전법령상 보험대리점 겸영이 허용된 이후에도 보험업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업무행위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캐피탈사에 차별적인 규제를 검토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리스와 렌탈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렌탈업자와 달리 리스 사업을 영위하는 캐피탈사는 1년 이하 단기 리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리스와 렌탈의 차별 규제는 실무적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소비자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며, 리스와 렌탈을 통합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엄 변호사는 B2C 거래의 경우 ‘소비자 리스’라는 개념을 도입해 운용 리스와 렌탈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