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한국형 녹색채권은 발행부터 사후관리까지 깐깐하게 관리되는 탓에 아직은 ‘부담스럽다’는 눈치도 있다. 차후 금융권의 주요 자금 조달처로 부상할지는 시간을 가지고 두고 봐야 할 상황이다.
한국형 녹색채권은 기존 녹색채권에 국내 녹색분류 체계를 적용한 것이다. 이 체계는 ‘그린워싱’(위장 친환경) 예방을 위해 지난 2022년 한 차례 개정된 바 있다.
은행권도 속속 관심을 보인다. 우리은행은 2년 만기 1500억원 규모로, KB국민은행은 1년 만기 1200억원 규모로 각각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 등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7월 2500억원 규모로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해 누적 발행액 5000억원 규모를 달성, 현재 환경부 주관 2024년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 중이다.
녹색채권 발행에 ‘진심’인 곳은 KDB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5월 은행권 역대 최대 규모 발행액인 5000억원 상당으로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올해 조달한 자금은 이차전지 소재 산업, 친환경 운송, 지원순환 등 녹색금융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여전히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을 주저하는 금융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한국형 녹색채권은 일반 녹색채권과 달리 제3자의 사전·사후 검토 사항이 의무화돼 있어 기준도 까다롭고 시간이 비용 소요도 큰 편”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점이 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자금 사용 용도도 녹색 프로젝트에 한정돼야 한다”며 “올해의 경우 대단위 녹색사업의 일종이던 이차전지나 전기차 시장에 정체기가 들어서면서 타격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중들의 전반적인 관심도가 높지 않은 점이 진행 속도를 더 늦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선 “한국형 녹색채권 1회 발행을 위해선 회사채 100억이 발행되므로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대형 프로젝트로 진행된다”며 “채권을 발행할 일 없는 일반 시민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