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보험판매 시장에서 대리점(30.5%)과 직급(27.1%), 전속(7.3%), 중개사(5%) 등 대면 판매 비중의 약 70%를 차지했다.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은 방카슈랑스 비중(은행)이 62.6%로 가장 높았고, 직급(25.4%), 전속(6.5%), 대리점(GA·5.1%) 등이 뒤를 이었다. CM 비중은 0.1%에 불과했다. 손해보험의 CM 판매 비중은 18.4%로 전년(6.8%)에 비해 2.7배 성장했지만, 여전히 대면 선호도가 높다.
지난 2019년 캐롯손해보험을 시작으로 디지털보험사들이 출범한 지 벌써 5년이나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배경도 설계사 조직이 워낙 고착화한 영향이다. 온라인 가입이 늘고 있다고 해도, 핵심 수익원이 되는 장기보험 등은 여전히 설계사를 통한 가입이 많다 보니 디지털보험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셈이다.
채널과 상품 구조 한계로 만성적자에 허덕이다 보니, 디지털 보험사들은 최근엔 아예 기존 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장기보험에 집중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디지털보험사인 신한EZ손보(운전자보험)과 캐롯손보(어린이보험), 카카오손보(운전자보험) 등에선 장기보험 상품을 내놨다.
하나손해보험의 경우 아예 설계사를 한 영업채널을 확대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손보의 비대면 채널 비중은 2022년 73.3%, CM채널 비중은 2020년 9.7%에서 2023년 3분기 16.2%까지 증가했지만, 누적된 적자를 버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색깔을 입힌 미니보험이 수익성을 장담하지 못하게 되자 기존 보험사와 같은 영업전략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디지털 보험회사로 출범한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한다. 디지털보험사는 저렴한 가격과 가입 편리성을 차별성으로 내세우며 인바운드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보험사들이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기 위해 장기손해보험 판매 비중을 높이는 추세”라면서 “소규모거나 위험 노출이 낮은 회사가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나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