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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적신호①] 금융사 탈석탄 미흡...절반 이상 '계획조차 못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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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적신호①] 금융사 탈석탄 미흡...절반 이상 '계획조차 못 세워'

2050 탄소배출 ‘제로’ 목표…“사실상 물 건너갔다” 평가
금융회사 60%, 석탄·석유·LNG ‘투자 중단’ 계획 없다
전문가, “저탄소 목표 달성 위한 실질적인 이행 방안 필요”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옌슈발데에 있는 독일 에너지기업 LEAG의 석탄화력발전소.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옌슈발데에 있는 독일 에너지기업 LEAG의 석탄화력발전소. 사진=로이터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탄소중립’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오는 2050년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넷제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전체 민간 금융회사 중 절반 넘는 곳이 탄소중립 계획조차 없었고, 기존 투자 건을 회수하겠다는 회사 역시 전무했다.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투자는 중단됐지만, 문제가 되는 기존 투자 건에 대한 철회 계획이 없어 탈석탄 의지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권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조사한 ‘금융권 탄소중립 및 탈화석연료 목표 수립 현황’에 따르면 은행과 생명보험회사, 손해보험회사, 증권회사 등 총 92개사 중 저탄소 목표를 세운 금융회사는 37개사(전체 40%) 수준에 그쳤다. 절반이 훌쩍 넘는 55개사가 탄소중립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은 물론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탄소중립 목표가 잘 세워진 편이다. 하나·우리·농협·KB국민·제주·대구·광주·부산·경남은행 등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금융배출량도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투자 총액이 무려 7조1150억원으로 가장 많은 ‘농협중앙회’의 경우 탄소중립과 관련한 계획이 전혀 없었다. ‘신한은행’ 역시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이 전무했다.
특히 화석연료 투자가 가장 많아 ‘기후위기 주범’으로 지목된 생명·손해보험사 중에선 절반 가까이가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전체 화석연료 투자 규모가 손보사, 생보사 각각 145조5000억원, 23조1000억원으로 금융권을 통틀어 가장 많다. 생보사 16개사 중에선 농협·한화·삼성·메트라이프·KB라이프·AIA생명·신한라이프 등 7개사만 저탄소 계획을 세웠고, 흥국·동양·ABL·미래에셋·교보·KDB·IBK·DGB·DB생명 등은 이와 관련한 계획이 아예 없었다.

손보사 중에선 SGI서울보증·코리안리·삼성화재·농협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5개사만 탄소중립 목표를 갖췄고, 현대해상과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DB손해보험에서는 관련 내용이 없었다.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목표만 수립했고, 금융배출량 반영 등 구체적인 내용을 반영하진 않았다.

탈석탄 핵심인 기존 투자금 철회와 관련해선 대부분이 계획이 없고 교보생명과 현대해상, 삼성화재 등 3개사에서만 ‘논의 예정’이라고만 밝혀 사실상 철회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는 화석연료 투자 규모가 3조원 수준으로 금융업권 중 가장 작다. 다만 증권·자산운용사 54개사 중 현대차·하나·신한투자·미래에셋·KB·하이투자·BNK·SK증권 7개사가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고, 우리·신한·베어링·DWS·BNK자산운용 등 5개사가 저탄소 목표를 세웠다.

한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립된 파리기후협정 1.5℃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까지 전 세계 화석연료 생산량이 석탄 9.5%, 석유 8.5%, 천연가스 3.4%를 매년 감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탈석탄 움직임으로 인해 석탄 관련 정책이 수립되는 분위기는 마련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