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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적신호②] '화석연료 금융' 장기투자… 막대한 손실 우려에 중도 철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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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적신호②] '화석연료 금융' 장기투자… 막대한 손실 우려에 중도 철회 못해

한전 관련 화력발전소 건설 투자 등 장기계약 기간 남아
전문가 "중장기 화석연료 투자 줄일 로드맵 마련 필요" 지적

미국 유타주 대규모 지열 발전소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유타주 대규모 지열 발전소 사진=AP/연합뉴스
민간금융의 화석연료 금융 규모는 211조2000억원으로, 공적금융 섹터의 2배에 육박하고 있다. 민간금융권이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등 발전 관련 장기채권에 투자를 집중해 탄소중립 실천이 어렵다. 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는 통상 10년 이상 장기계약이어서 중도 철회 시 막대한 손실에 따른 배임이나 횡령 등의 법적 책임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권이 지금이라도 중장기 탈석탄 등 화석연료 관련 투자를 줄일 수 있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권과 국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등에 따르면 2023년 6월 말 기준 민간금융 섹터의 화석연료 금융 규모는 211조2000억원으로, 전체 화석연료 금융의 63.7%를 차지했다. 이는 공적금융 섹터(120조3000억원)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보험업계의 행보다. 민간 손해보험사들의 부보금액(보험계약금액)이 134조원에 달하며, 이는 전체 민간섹터 화석연료 금융의 63%를 차지한다. 부보금액을 제외하더라도 생명보험사(23조1000억원)와 손해보험사(11조6000억원)의 투자금액을 합하면 전체 민간금융 중 약 45%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민간금융권의 투자 형태를 들여다보면, 전체의 64.8%가 한국전력 등 발전 관련 채권에 집중됐다. 또한 약 10조2000억원은 발전소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투자됐는데, 이 중 8조4000억원이 고성하이화력, 강릉안인화력, 삼척블루파워발전소와 같은 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투자가 쉽사리 중단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전 발전소 기업도 ESG채권이나 녹색채권을 발행하기 때문에 한전 채권이라도 반드시 화석연료 투자로 볼 수 없다. 보편적으로 한전 등 발전소 채권 매입은 화석연료 투자로 분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한전 등 기업의 채권에 대한 투자가 반드시 화석 연료에 투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또 “발전소 PF 투자의 경우 통상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으로, 중도 철회 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국내에는 PF 투자 지분을 거래할 수 있는 2차 시장이 미비해, 외국과 달리 최소한의 손실로 기존 투자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투자 철회 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고 투자를 철회하는 경우에는 배임이나 횡령 등의 법적 책임 소지도 있어 보험사들이 쉽게 투자를 철회할 수 없게 만든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다정 책임연구원은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평가에 기후리스크 고려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은행, 보험사, 국민연금 등 금융권 전반의 협력적 움직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보험업계의 ESG 활동이 종이 없애기, 환경정화 활동 등 표면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일부는 구조적 한계 등 제도적 미비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겠지만 국내 보험사의 탄소 감축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권의 실질적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