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총지출 중 신용카드 비중이 처음으로 80%를 넘어섰다. 결제 편의성과 카드사 마케팅, 외상을 선호하는 문화 등에 힘입어 현금보다 신용카드 선호도가 높아졌다. 고금리·고물가로 서민 경제가 위태롭고 은행과 2금융 등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현금이 부족해진 것도 한몫했다. 돈줄이 막힌 취약계층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와 같은 소액 급전까지 손을 벌리며 위기감이 높아졌다.
신용카드 이용실적을 보면 경기상황과는 무관하게 우상향 곡선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이후 현재까지 신용카드 이용실적이 하향곡선을 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10년간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585조6000억 원던 카드이용 규모는 작년 1043조9000억 원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섰다.
금감원이 통계를 추산한 지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고금리·고물가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진 데다 1금융권과 저축은행 등이 대출 문턱까지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돈줄이 막힌 취약계층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와 같은 소액 급전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다는 의미다.
연체율도 심각하다. 지난 8월 말 기준 카드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3.1%로 집계됐다. 카드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1.9%, 2022년 말 2.2%, 작년 말 2.4%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카드대출 연체 금액은 올해 8월 말 1조3720억 원(31만2000건)으로 지난 2003년(6조600억 원)과 2004년(1조9880억 원) 등 카드 사태 기간을 제외하고서는 가장 큰 규모다. 카드대금을 갚지 못해 미루는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1427억 원에 달한다.
여신업계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신용카드 발급은 매년 사상 최대 건수를 경신하고 있다. 토스나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에서 신용카드 발급이 더 쉬워지고 카드사에서도 현금 등을 포함한 캐시백·포인트 혜택을 확대한 영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신용카드 발급매수(누적)는 1억2980만매로 전년 말 대비 563만매(4.5%) 증가했다. 이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인해 ‘카드 대란’이 발생한 2002년 당시 1억481만 장보다도 많다. 현재 우리나라 소비자 1인당 신용카드 보유 개수는 4.5매에 달한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카드 발급이 늘어난 것보다는 제때 못 갚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게 문제”라면서 “다만 건전성 문제가 부상하는 만큼, 고객들의 신용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