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 상승에 그치자 한은의 통화정책 무게추가 경기 살리기로 옮겨가고 있다. 한은 이 총재는 그동안 집값상승 우려에 가계부채 억제에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을 펴왔지만 앞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우선순위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빠르게 인하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가 올해 한 차례 더 남아있는 가운데 빠르면 연말, 늦으면 내달 1월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한은은 이달 11일 연 3.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3.2%로 인하,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단행한 바 있다.
시장과 차주들은 기준금리와 대출금리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8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관리 시행 전부터 아파트 매매를 준비했다던 30대 직장인은 “대출금리도 높은 데다 빚을 낼 길도 꽉 막혀 잠시 손 놓고 있었는데 정부의 내년 스탠스에 따라 다시 박차를 가하려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출금리만 단독으로 높게 유지할 수도 없는 셈이다. ‘이자 장사’로 은행들만 배 불린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기준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수신금리는 소폭 감소세, 대출금리는 오히려 고공행진 중이다. 통상 수신금리가 내림세에 접어들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동반 하락하지만,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및 금융채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당국은 아직까지 이를 바로잡기보다는 가계대출 옥죄기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에도 시중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소환해 가계부채 관리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옥죄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라, 당국은 남은 기간에 현 기조를 유지할지 경기 부흥책으로 전환할지 조속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정책은 당국의 지침을 따라가기 때문에 당분간은 고금리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