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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쇼크] 경기 살리기냐, 가계빚이냐… 통화정책 우선순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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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쇼크] 경기 살리기냐, 가계빚이냐… 통화정책 우선순위 안갯속

3분기 경제성장률 충격 성적표
금리인하→내수진작 무게추 달려
차주는 ‘기대감’, 당국은 ‘딜레마’

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추가 실리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의 전쟁에서 또다시 주도권을 내주게 될까 고민에 빠지는 눈치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추가 실리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와의 전쟁에서 또다시 주도권을 내주게 될까 고민에 빠지는 눈치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3분기 경제 성장률이 기대 이하 성적표를 받아들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속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가계부채와 집값이 급격히 올라 기준금리 인하를 늦춰왔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금융당국의 고강도 대출 옥죄기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통화정책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 여기에 수출부진과 성장률 쇼크 파도가 덮치자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서둘러 꺼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0.1% 상승에 그치자 한은의 통화정책 무게추가 경기 살리기로 옮겨가고 있다. 한은 이 총재는 그동안 집값상승 우려에 가계부채 억제에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을 펴왔지만 앞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우선순위로 부각되고 있다.
저조한 3분기 경제성장률에 국내 연간 성장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목표치인 2.4%에 도달하긴 어렵겠다는 관측이라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을 검토해 다음 전망치 발표 전까지 조정이 예상된다고 한은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빠르게 인하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가 올해 한 차례 더 남아있는 가운데 빠르면 연말, 늦으면 내달 1월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한은은 이달 11일 연 3.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3.2%로 인하,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단행한 바 있다.
다만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이뤄질 시 여·수신을 비롯한 시장금리 하락도 따라온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애써 잡아놓은 ‘영끌’ 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시장과 차주들은 기준금리와 대출금리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8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관리 시행 전부터 아파트 매매를 준비했다던 30대 직장인은 “대출금리도 높은 데다 빚을 낼 길도 꽉 막혀 잠시 손 놓고 있었는데 정부의 내년 스탠스에 따라 다시 박차를 가하려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출금리만 단독으로 높게 유지할 수도 없는 셈이다. ‘이자 장사’로 은행들만 배 불린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기준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수신금리는 소폭 감소세, 대출금리는 오히려 고공행진 중이다. 통상 수신금리가 내림세에 접어들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하락해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동반 하락하지만,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및 금융채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당국은 아직까지 이를 바로잡기보다는 가계대출 옥죄기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에도 시중은행뿐 아니라 제2금융권,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소환해 가계부채 관리에 긴장을 늦추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옥죄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라, 당국은 남은 기간에 현 기조를 유지할지 경기 부흥책으로 전환할지 조속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정책은 당국의 지침을 따라가기 때문에 당분간은 고금리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