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이 2%대여서 노후 대비에 한계가 있어 중위험 중수익 이상의 투자자산으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또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고 부동산 등 투자로 전환하는 관행이 만연해 실질적인 노후보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 원을 돌파했다. 국민연금과 달리 최대 상한액 제한이 없는 퇴직연금은 최근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하회하는 약 2%대에 그치면서 실질적인 노후 대비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일본처럼 퇴직연금에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나라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퇴직연금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수익창출을 장려하는 미국과 호주는 매년 연금 백만장자가 다수 발생하며,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8%대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노후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주택 구입, 전세 임차, 장기 요양 등 특정 사유로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가능한 현 제도는 가입자의 중도 인출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 중 약 80%가 부동산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인출 하고 있다. 중도인출 제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가입자가 개인형퇴직연금(IRP)으로 세액공제를 받은 뒤 10년 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자금이 노후연금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매년 제공하는 퇴직연금 세액공제를 낮추고 일시금이 아닌 연금 형태로 지급받도록 유도하는 제도나 인센티브를 도입해 노후보장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확정급여형(DB) 중심의 퇴직연금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 이상이 DB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DB형의 경우 운용수익률이 향상되더라도 근로자의 실질적인 노후 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DB형은 평균임금과 근속연수에 따라 연금급여가 확정되는 구조로, 운용수익률보다는 임금상승률에 따라 퇴직연금이 결정된다.
이에 비해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자산 운용을 주도하는 구조로, 자금을 잘 운용하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금융 지식이 부족한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기에 리스크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국민연금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기금형 퇴직연금의 경우 은행·보험사·증권사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이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