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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5번째 대수술①] 올해 손실 2조 돌파 전망…보험사 판매중단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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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5번째 대수술①] 올해 손실 2조 돌파 전망…보험사 판매중단 '초강수'

무분별한 과잉의료 영향…8년간 누적 적자 12조
2012년 이후 생·손보사 30개사 중 14개사에서 ‘단종’
70세 이상 노인 가입 거절…정상화하려면 매년 15% 인상

실손보험 적자가 누적되면서 보험사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실손보험 적자가 누적되면서 보험사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실손의료보험 8년 연속 적자인데 올해는 적자 규모가 2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향후 10년간 누적 적자는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은 일부 의료 쇼핑으로 수백 번의 도수치료(1억원가량)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출액이 눈덩이이다. 적자 규모가 커지자 생명·손해보험 절반가량은 아예 판매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실손보험 개선안을 연내에 마련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대대적인 제도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지난 2016년 이후 8년 연속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실손 손실 규모는 1조9738억원으로 전년(1조5301억원)보다 적자가 4437억원으로 늘었다. 비급여 지급 보험금이 늘면서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다.

작년 경과손해율(발생손해액/보험료수익)은 103.4%로 전년 대비 2.1%포인트(p) 증가했다. 실손보험 세대별로는 3세대(137.2%)가 가장 높고, 4세대(113.8%), 1세대(110.5%), 2세대(92.7%) 순으로 손해율이 높았다. 최근 5년간 추세를 보면 △2019년 2조8000억원 △2021년 3조1000억원 △2022년 2조3000억원으로 연간 2조원대 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5년 새 누적 적자는 12조9000억원이다.
실손보험이 매번 적자에 허덕이는 배경은 비급여 보험금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다 보니 누수가 발생하는 구조다. 비급여 보험금이 가장 많은 항목은 지난해 말 기준 비급여 주사료(28.9%), 근골격계질환 치료(28.6%), 질병치료 목적의 교정치료(3.1%) 등 순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일부 병원과 소비자들의 과잉 의료행위가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실손보험 판매에서 손을 뗀 보험사는 2012년 이후 생·손보사 총 14개사에 이른다. 생보사는 라이나생명과 신한라이프,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KB라이프생명, DB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등 11개사, 손보사 중에선 AXA손보와 라이손보, AIG손보 등 총 3개사다. 판매 중인 업체는 16개로 절반 정도에 그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령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70세 이상 노인들에 대해선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5개사는 일반 실손보험에 신규 가입할 경우 65세에서 70세까지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비급여 체계가 지속되면 2030년대엔 실손 적자가 무려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 누적 적자가 향후 5년간 15조원, 10년간 36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고, 보험개발원은 실손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매년 15%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전체 실손보험금 중 비급여로 인한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며 “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고 실손의 안정적인 지속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