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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좁은문·신용점수 인플레… “900점 넘어도 은행 대출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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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좁은문·신용점수 인플레… “900점 넘어도 은행 대출 어려워”

신용인플레에 금융당국 눈치까지… 대출 문턱 높이는 은행권
950점 넘는 초고신용자 1315만명…전체 대상 중 27%에 달해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에 신용점수의 실효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에 신용점수의 실효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들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으로 900점 이상 고신용자도 대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일각에선 950점이 넘는 초고신용자의 비중이 전체의 약 27%에 달하게 되자 신용점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4대 은행이 지난 8월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43점으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6일 금융권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8월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43점으로, 전년 동월(922.5점) 대비 20.5점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개인 신용대출의 경우도 평균 신용점수가 926.8점에서 940.7점으로 13.9점 올랐다. 이는 신규 대출이 대부분 신용점수 950점 이상의 '초고신용자'들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KB국민은행의 경우 개인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가 7월 918점에서 8월 960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신한(922→925점), 하나(930→934점), 우리(938→944점)은행도 한 달 만에 평균 신용점수가 크게 올랐다.

신용등급은 신용평가사 KCB(코리아크레딧뷰로) 기준 1등급은 942점 이상, 2등급은 891~941점, 3등급은 832~890점 등으로 구분된다. 통상 850점 이상을 ‘고신용자’로 분류하지만 현실은 1등급을 넘어 950점 이상의 ‘초고신용자’ 들만이 주요 은행의 대출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은행의 대출 문턱이 급격히 높아진 주된 원인으로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따른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영향이 컸다. 그러나 신용인플레로 수요자들의 평균 신용등급이 높아져 신용등급 변별성이 떨어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코리아크레딧뷰로의 공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체 평가 대상(4953만 3733명) 중 43.4%(2149만 3046명)가 900점이 넘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950점이 넘는 초고신용자도 1315만명(26.55%)에 달했다. 전체적인 신용 점수 평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가 뚜렷하다.

이러한 신용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는 비금융정보 반영 확대와 쉬워진 신용점수 올리기 등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신용도를 올리는 각종 노하우가 퍼지고, 신용 점수를 관리해 주는 전용 앱이 나오는 등 신용점수를 올리기는 이전보다 매우 쉬워졌다. 또 고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지속돼 개인이 신용점수를 올릴 필요성도 높아진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 대출이 없는 개인도 신용점수를 관리하는 것이 '뉴노멀'이 됐고 신용점수 평균은 갈수록 우상향 하고 있다.

실제로 신용 성향 설문 조사에 참여하거나 통신비,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납부 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신용 평가사에 제출하는 등의 신용점수 관리법이 확산되면서 신용인플레는 가속화 됐다. KCB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통신요금 납부 실적만으로 2229만28점의 신용점수 상승이 있었으며, 건강보험료 납부 정보 반영으로 168만6302점이 상승했다.

여기에 2021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친 정부의 신용사면 정책 시행과 모바일 앱을 통한 신용관리 서비스 확대도 전반적인 신용점수 상승을 견인했다. 토스 등 일부 핀테크 기업들은 유료 서비스를 통해 신용점수 분석과 상승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마이데이터에서 유리한 조건만을 반영해 신용점수를 올리는 서비스 등 다양한 신용관리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문제는 신용점수 인플레로 인해 은행권의 대출 판단 기준이 실질적으로 무의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점수가 높아졌다고 해서 이들의 재무건정성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용점수 변별성이 낮아지면서 금융권에서는 신용점수를 부분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자체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해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있다.

신용 점수 인플레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고신용자들도 카드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밀리고 있다.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사에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점수가 높은 고신용자들도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신용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