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여신금융업계 따르면 자동차 내수시장 위축으로 인해 자동차 관련 금융시장이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자동차할부를 취급하는 우리·KB국민·롯데·삼성·신한·하나카드 등 6개사의 관련 자산 규모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9조6909억 원으로 전년동기(10조1632억 원) 대비 4.64%(4723억 원) 감소했다.
할부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인 캐피털사들도 어려움을 지속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캡티브 금융회사인 현대캐피탈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할부금융 영업이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약 17조 원에 달하던 할부금융 자산은 반년 만에 1.59%(2717억 원) 줄어든 16조7283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KB캐피탈은 같은 기간 3조377억 원에서 6%(1846억 원) 늘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특히 고금리로 인해 자동차 할부금리가 최대 10%까지 치솟았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현재 자동차할부를 취급하는 캐피털사와 카드사에서 할부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최소 4%대에서 최고 10%대 이상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2022년 최고금리가 4%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이자 부담이 높아진 셈이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조사한 ‘자동차 구매의향 지수 리포트’(Vehicle Purchase Intent Index; VPI)를 보면 고금리·고물가 지속으로 인해 민간소비 여력이 위축하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가구가 늘면서 자동차 구매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감독원이 검토 중인 ‘신차 구입 시 신용카드 특별한도 축소’ 방안 역시 할부금융시장 불확실성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자동차 금융 부담도 한층 낮아질 거란 기대도 있다. 그러나 여신업계에서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과거 발행한 고금리 회사채 영향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사 한 관계자는 “내수시장이 부진한 주요한 요인으로는 당연히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의 구매력 상실이 가장 큰 요인이다”면서 “물론 고금리가 한창일 당시와 비교하면 이자 부담이 완화하긴 했지만, 할부금리라는 게 결국은 회사채 금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으므로 향후 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내수위축과 경쟁 심화로 인해 새로운 수익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기업대출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