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이 규제로 막히자 은행들이 밸류업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대기업 위주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이 기업대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금융지주들이 저마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중장기 목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각 지주가 밸류업에 공시한 CET1(보통주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선 상당한 이자이익 창출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주문에 따라 기업대출을 또 다른 성장 동력으로 찾은 것이다.
특히 대기업 대출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대기업 대출 잔액은 164조6356억원으로 전년(137조3492억원)보다 19.87%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조7354억원으로 1년 전(626조9667억원) 대비 6% 증가에 그쳤다.
배경에는 RWA 관리가 있다. 은행의 RWA 증가 시 밸류업 역량 지표인 CET1 비율이 떨어져 주주환원 역량도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CET1 비율 13% 초과 시 나머지 재원을 주주환원에 활용하도록 한다. CET1 비율은 통상 CET1을 RWA로 나눈 지표라, 분모인 RWA가 커질수록 비율은 떨어지는 구조다.
RWA 비중 산정 시 중기와 비교해 대기업 여신의 위험도가 훨씬 낮아, 근래 들어 RWA 등락에 예민한 은행권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내주게 된 것이다.
다만 RWA 규모도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라 은행권이 가계대출에 이어 기업대출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겠다는 관측도 나온다. 5대 은행의 3분기 RWA는 1058조4177억원으로 전년 동기(992조9122억원) 대비 6.5%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안정적인 RWA 관리를 위해 연말까지 대출 전반의 문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성장성 좋은 중기·중견기업에 내주는 대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