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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누르자 기업대출 '돌파구'… 금융지주 밸류업 실탄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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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누르자 기업대출 '돌파구'… 금융지주 밸류업 실탄 마련

이자이익 벌어야 하는데…대출창구 속속 막히니
큰 규모·가중 위험도 낮은 대기업 중심으로 대출 증가세

은행권이 가계대출에서 대규모 이자이익 창출이 어려워지자 기업대출에 문을 연 모양새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상담창구.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은행권이 가계대출에서 대규모 이자이익 창출이 어려워지자 기업대출에 문을 연 모양새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상담창구.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은행권이 기업대출 강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중장기 목표로 내세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상당한 이익 창출이 필요해서다.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은 주주환원 목표 달성과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위해 우량한 대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이 규제로 막히자 은행들이 밸류업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대기업 위주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10월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324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8조1000억원 확대됐다. 이중 대기업 대출은 2조9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5조4000억원으로 각각 상승세를 견인했다. 대기업 대출은 분기 말 일시 상환분 재취급, 중기 대출은 부가가치 납부, 시설자금 수요 등으로 늘었다는 것이 한국은행 설명이다.

은행권이 기업대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금융지주들이 저마다 기업가치 제고(밸류업)를 중장기 목표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각 지주가 밸류업에 공시한 CET1(보통주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선 상당한 이자이익 창출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주문에 따라 기업대출을 또 다른 성장 동력으로 찾은 것이다.
전한필 신한은행 부행장도 최근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밸류업 공시의 CET1 비율 달성을 위해선 기존의 여신 성장을 통한 이자이익으로는 도저히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CET1 비율 13% 이상을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특히 대기업 대출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 대기업 대출 잔액은 164조6356억원으로 전년(137조3492억원)보다 19.87% 늘었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6조7354억원으로 1년 전(626조9667억원) 대비 6% 증가에 그쳤다.

배경에는 RWA 관리가 있다. 은행의 RWA 증가 시 밸류업 역량 지표인 CET1 비율이 떨어져 주주환원 역량도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CET1 비율 13% 초과 시 나머지 재원을 주주환원에 활용하도록 한다. CET1 비율은 통상 CET1을 RWA로 나눈 지표라, 분모인 RWA가 커질수록 비율은 떨어지는 구조다.

RWA 비중 산정 시 중기와 비교해 대기업 여신의 위험도가 훨씬 낮아, 근래 들어 RWA 등락에 예민한 은행권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을 내주게 된 것이다.

다만 RWA 규모도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라 은행권이 가계대출에 이어 기업대출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수 있겠다는 관측도 나온다. 5대 은행의 3분기 RWA는 1058조4177억원으로 전년 동기(992조9122억원) 대비 6.5%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안정적인 RWA 관리를 위해 연말까지 대출 전반의 문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성장성 좋은 중기·중견기업에 내주는 대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