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구상대로라면 IBK기업은행은 부산광역시 또는 대구광역시로,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부산으로 옮겨져 각각 서울 중구와 여의도 땅을 내주게 된다.
24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은 지방소멸 대응 및 국가균형 발전을 위해 국책은행 터를 옮기자는 구상이다.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금융 공기업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데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거대야당과 합의가 어렵고, 지방 이전에 대한 청사진도 부족한데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기업은행 주주는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가 59.5%(작년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 7.2%, 수출입은행 1.8%, 소액주주 27.8% 수준이다.
기업은행 본점 이전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정부의 배임 소지가 제기될 수 있다. 기업은행 본점 이전을 위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기업은행은 3월 말 기준 전국 지점 594곳 중 401곳(서울, 인천, 경기도 합산)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수도권에 밀집된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대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수도권에 지점을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기 때문에 지방으로 이전하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금융지원,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나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면서도 시중은행과 동일한 영업형태를 갖고 있는데, 본점을 옮기면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도 서울과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생기는 부담감을 피해갈 수 없다. 지방의 고객 모집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기관인 이들 은행은 국내 중소기업 및 벤처 스타트업에 여신 상품 판매 비중을 높이라는 꾸중을 매년 국정감사마다 듣는다. 지난 8월 기준 전체 기업대출금액 대비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수출입은행 13.8%, 산업은행 25.9% 수준이다.
그런데 부산, 대구에서 영업 중인 중소기업 수는 서울의 6분의 1도 채 안 된다. 중소기업기본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부산 49만3000개, 대구 34만3000개 중소기업이 운영 중인데, 이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손님 수도 적을뿐더러 이미 한 자리 차지하는 지역 은행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 발목을 붙잡는다.
기업·산업·수출입은행의 본점 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모두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데 따라 국민의힘 주도하에 법안 발의가 진행됐다.
당초 정부는 지난 4월 총선 이후 공공기관 2차 이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 지자체별 희망 유치기관 목록만 공개된 가운데, 실질적인 추진이 진행되려면 개정안 통과가 선행돼야 할 전망이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