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나는 가계 빚도 발목을 잡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시 여신금리 하락에도 자극을 줄 수 있어 가계부채를 부채질할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가는 가운데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지을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8일 열린다.
외국환거래소 직전 거래일인 22일 원·달러 환율은 1401.0원에 출발해 1401.8원에 마감하면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12일 1401.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약 2년 만에 1400원 선을 넘은 종가를 기록했는데, 또다시 급등한 것이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확전 우려로 안전 자산인 달러에 더욱 강세가 붙은 영향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대러시아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락한 뒤 실제 발사가 행해진 데다, 러시아는 이를 겨냥해 핵 사용 교리(독트린)를 개정하면서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원화 가치 하락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는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소비자 물가 오름세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부터 전년 대비 상승률 1%대에 들어서면서 최근에서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이 내달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는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동결에도 국내 금리 인하 시 한미 금리 차는 더욱 확대돼 단기적으로 환율이 치솟을 수 있다. 앞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조를 밝힌 데 이어,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준 총재도 점진적인 금리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가계 빚 증가세도 고려 요인 중 하나다. 기준금리 인하 시 시장금리 하락에도 영향을 주면서 또다시 대출 수요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3분기 가계신용은 1913조8000억원으로 통계 발표를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1112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0월 인하 후 금융안정 측면의 정책효과를 점검하고, 최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원달러 환율급등에서 비롯한 높은 변동성 우려를 감안해 이번 회의는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석길 JP모건 연구원도 “금융안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해 점진적 인하에 대한 가이던스가 제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통위는 10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앞으로 인하속도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한은은 이달 28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확정치를 발표한다. 앞서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5%에서 2.4%로 낮추고, 내년 성장률은 2.1%로 유지한 바 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