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안팎에선 올해 은행권이 연초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무난하게 수습하고, 우호적이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도 나쁘지 않은 경영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은행들은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행장들이 대부분 연임이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 5대 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31일 모두 종료된다.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는 숏·롱리스트 발표 없이 최종 후보만 발표하는 방식으로 다음주께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차기 우리은행장으로는 우리금융 계열사 대표들과 우리은행 부행장급 부문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경우는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초 금융당국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장기집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이 행장의 연임이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 행장은 2022년 1월 취임 후 2년의 임기를 마치고 올해 1년을 연임했다. 이번에 연임하게 되면 3연임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이 행장이 홍콩 ELS 사태도 비교적 잡음없이 해결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하면서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커졌다. 특히 KB금융도 양종희 회장이 취임한지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경영 연속성과 안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졌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은 오는 27일 대추위를 열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를 선정한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무난한 연임이 점쳐진다. 정 행장은 지난해 건강문제로 사임한 고(故) 한용구 행장을 대신해 조직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역시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 1위를 기록하면서 '리딩뱅크' 지위를 수성했고 올해도 호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연임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다만 농협은행에서 올해 가장 많은 6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한 점이 이 행장의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가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 시절 발탁된 은행장이라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올해 초 농협중앙회는 신임 강호동 회장이 취임했다. 관례대로 새 중앙회장이 취임하면 농협금융 계열사 CEO들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을 물었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문제삼으면서 이 행장은 자리를 지켰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