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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고 나면 드러눕는 한국…손해율 증가에 ‘자동차보험료’ 상승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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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사고 나면 드러눕는 한국…손해율 증가에 ‘자동차보험료’ 상승 압박

툭 스쳐도 ‘130만원’ 이상 타간 경상환자 매년 100만 명
교통사고 합의금만 평균 90만원 이상 받아…일본의 3배
전문가, “치료보다 ‘합의금’ 눈독”…보상제도 개선 시급

비교적 가벼운 사고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많은 보험금을 요구하는 일부 소비자들 때문에 자동차보험 누수가 심각하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비교적 가벼운 사고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많은 보험금을 요구하는 일부 소비자들 때문에 자동차보험 누수가 심각하다. 사진=연합뉴스
비교적 가벼운 사고에도 합의금부터 요구하는 부도덕한 관행 때문에 자동차보험이 적자로 멍들고 있다. 보편적인 치료 기준도 없다 보니 일부 ‘나이롱 환자’ 때문에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부담만 가중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사고의 단순한 타박상에도 보상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부터 하는 사례가 빈발해 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2일 보험연구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경상환자에 대한 치료비 부담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적자가 가중되고 있다. 경상환자는 염좌 및 긴장, 타박상 등 상해급수 12~14급에 해당하는 환자를 뜻한다. 상해 수준만 보면 넘어져서 까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부상 보험금으로 받아간 금액만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경상환자들이 받아가는 부상 보험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지나치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부상 보험금은 이웃 나라인 일본보다도 두 배 이상 많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부상 정도가 경미한 경상환자들이 타간 보험금을 보면 중위값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31만5000원에 달했고, 합의까지 걸린 시간은 10일이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절반 정도인 68만2000원에 그쳤고, 합의 기간은 19일 정도로 더 길었다.

일본이 합의까지 더 걸리는 배경은 일본에서는 교통사고 발생 시 경찰 신고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보험사는 피해자가 치료를 받는 의료기관 주치의와 상해 회복 상태 및 예상되는 합의 시점을 협의해 사고를 종결한다. 우리나라의 합의금은 향후 치료비와 휴업손해, 위자료, 기타손해배상금의 합계에 과실비율을 적용해 결정하는데, 가해자가 제시하는 금액을 피해자가 합의하면 피해자의 사고 책임을 종료하는 구조다.
일본은 한방진료를 건강보험에서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의 보상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1999년 한방진료비를 건강보험에서 인정한 이후 자동차보험에서도 보상하기 시작하면서 부작용이 심각하다.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경상환자 치료는 일본에 비해 보편·타당한 치료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자동차보험에서 경상환자는 ‘치료’보다는 ‘합의금’을 우선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합의금 중위값은 90만원 정도로 일본(28만원)보다 합의금을 3배 이상 받아간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경상환자 수는 100만 명을 넘는다. 이들 상당수가 과잉 진료를 받으면서 보험금 누수와 손해율 악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4개사 단순 평균) 85.2%로, 전년 동기(81.5%) 대비 3.7%포인트(p) 악화됐다.

정부도 현재 경상환자들로 인한 자동차 보험금 누수가 심각하다고 보고 제도 개선안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및 보험 유관기관 등은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 입증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주는 향후 치료비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상환자에 대한 자동차보험의 ‘보상’ 중심 관행은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어 ‘보상’에서 보편·타당한 ‘치료’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