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애플리케이션(앱)별로 분산된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하는 ‘슈퍼앱’을 본격화하면서 경쟁을 가속하고 있다. 고객이 하나의 앱으로 은행 업무부터 증권, 결제, 생활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 불붙은 것이다. 원앱으로 고객을 모았던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으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확보하겠다는 목적인데 느린 속도가 문제시 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이미 원앱을 운용 중이거나 늦어도 내년 초까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KB스타뱅킹, 하나원큐로 원앱 선두를 달렸으며 신한은행의 신한 슈퍼SOL, 우리은행의 그룹 통합 슈퍼앱 '뉴 우리원뱅킹' 새 단장을 마치고 통합 형태로 속속 서비스됐다. 농협은행의 NH올원뱅크도 슈퍼 플랫폼 통합 과정을 거치며 내년 초 재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와 비교해 시중은행 원앱의 상반기 MAU는 KB스타뱅킹 1344만명, 하나원큐 576만명, 슈퍼SOL 580만명 등이다.
앱 고도화에 나선 시중 은행들의 공통적인 전략은 고객이 하나의 앱에서 여러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예컨대 이날 개편을 거친 NH올원뱅크는 주식·펀드·연금 등 자산파악, 보험 보장분석, 지출관리뿐 아니라 부동산, 모빌리티(자동차), 헬스케어 등 생활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장기·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에도 열중이다. 지난달 28일 개편된 뉴WON 뱅킹은 우리은행뿐 아니라 타 금융사 계좌까지 통합 제공해 자산·소비패턴 분석 후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담았다. 고객 친화 목적이라는 것이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다만 느린 구동에 따른 고객 불편함은 원앱의 대대적인 숙제다. 은행들이 하나의 앱에 갖가지 기능을 추가하면서 한번 접속할 때 짧지 않은 시간을 소요하게 되면서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출시된 시중은행 최초 원앱인 하나원큐의 경우 하단 메뉴를 한번 클릭할 때마다 5~10초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보려고 앱에 접속한 고객 입장으로는 불편함만 가중될 뿐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 은행들은 후발주자인 인터넷은행과 달리 장기간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 차세대 개발 환경에 발맞춰 통째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무리가 될 수 있다”며 “증권, 부동산 등 업무 데이터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점 등도 개발 속도를 늦추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