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 당국·국민연금 외환 스와프 한도는 2022년 최초 계약 당시 100억달러였다가 이듬해 4월 350억달러, 지난해 6월 500억달러로 계속 늘었다. 외환 당국과 국민연금의 외환 스와프 계약은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매입 등을 위해 달러가 필요할 때 외환 당국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먼저 공급하고 나중에 돌려받는 구조이다.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대거 사들이면 결국 달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 대신 외환 당국에서 달러를 구하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원달러환율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환율 방어에 달러를 사용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1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 잔액은 전월 말에 비해 3억 달러 줄어든 4153억 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한은 관계자는 “운용수익이 발생하고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도 증가했으나,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감소한 데 주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11월 중 약 2% 상승했다. 기타 통화 중에서 일본 엔화는 1.2% 상승한 반면 유로화, 파운드화. 호주 달러화는 각각 2.8%, 2.1%, 1.1% 내렸다.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이나 외환시장이 불안정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대외지급준비자산이다.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외화 비상금으로, 소위 ‘경제 안전판’이라고도 불린다. 한국과 같은 비(非) 기축통화국에서는 외환보유액이 국가의 지급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8일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외환시장에 대한 불안이 제기되자 “현재 외환보유고는 충분하며 환율 변동성에 대한 관리 수단이 많다”고 언급했다.
외환보유액 중 가장 비중이 큰 유가증권은 3723억 9000만달러(89.6%)로 전월보다 8억 6000만달러 줄었고, 예치금은 191억 3000만달러로 7억 1000만달러 증가했다. 특별인출권(SDR)은 149억달러로 1억 5000만달러 줄었고,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은 41억 9000만달러로 1000만달러 늘었다. 금은 47억 9000만달러로 종전과 같았다.
한편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9월말 기준 4200억달러로 세계 9위다. 1위는 중국(3조 2611억달러), 2위는 일본(1조 2390억달러), 3위는 스위스(9374억달러)였다.
계엄 쇼크’가 금융업에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금융업종에 대한 투자를 대규모로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정국 불안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재빠르게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최근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제한적이며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사태가 발생한 지) 1주일이 됐는데 그 사이 주가와 환율을 보면 이전에 비해 1~2% 정도 영향이 나타났다"며 "그러한 변화 폭이 크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리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좀 더 많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상황 변화에 따라 가변적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러한 금융시장 변화는 상황이 바뀌면 빠르게 회복되는 변수이기 때문에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우리가 8~9년 전에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 지표를 보면 그리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 최근의 정치적 혼란이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외 순자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0%쯤 되며, 달러로 치면 1조 달러 정도"라며 "정치적 충격으로 해외가 반응하고 국내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해져 한국 투자를 꺼리게 되는 부분은 있겠지만, 국가적 위기로 치달을 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을 땐 경제 기초체력, 국내 금융시장도 너무 취약했기 때문에 재벌 부채나 그런 게 맞물려 나라 전체의 경제 위기로 발전했다"며 "지금은 국내기업의 재무 상황이 1~2년 전과 비교해 나빠지긴 했지만, 그때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으며, 빠른 개선을 위해선 규제개혁, 노동개혁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조 원장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를 넘는 쪽에서 아래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며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란 방향성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혁했을 때 효과가 빠르게 반영되는 것은 규제개혁"이라며 "노동도 유연한 체계로 바꿔가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우리 사회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유럽·일본과 달리 미국 경제가 혼자 오래 잘나가는 배경에는 노동시장과 주식시장을 필두로 한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있다. 우리도 그런 상황을 만드는 토양과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KDI가 장기적 시계를 갖고 고민해야지, 오늘내일 일만 가지고 고민하느라 근본적 문제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수와 관련해선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갈 텐데, 이런 상황에서 소비 지표가 1%대 중후반 이상으로 계속 (증가하긴) 힘들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되기 위해선 성장이 필요하며,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소비 활성화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11일 서울 JW메리어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KDI 제공)2024.12.11/뉴스1 ⓒ News1 김유승 기자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11일 서울 JW메리어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KDI 제공)2024.12.11/뉴스1 ⓒ News1 김유승 기자
조 원장은 정부와 KDI의 내수 회복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질문에는 "저희는 생각만큼 원활하게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차원으로 (정부와) 똑같은 지표를 보면서도 베이스라인(기준점)이 달랐다"며 "저희는 생각하는 속도가 있는데 거기까진 못 갔다고 봤고, 정부는 조금씩 올라가는 측면을 이야기한 것 같다. (두 시각이) 많이 다르지 않다는 쪽에 저는 무게를 둔다"고 답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