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전날(14일) 가결되면서 위축된 연말 민생경제 분위기가 반전될지 주목받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비롯한 기업들은 연말 실적악화를 호소했는 데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반전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동향 12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 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 증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이후 기관들이 송년회 성격의 행사를 축소하면서 불거진 여파다. 서울시는 12월 둘째 주로 예정됐던 ‘윈터페스타 개막식’을, 부산광역시는 ‘빛 축제 점등식’을 각각 취소했다. 순천시도 ‘오광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열지 않기로 했다.
시민들도 약속을 위한 외출 대신 국회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한 대학생은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는 대신 시위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현장이 정신없어 시위를 위한 물건이나 간단한 음식들을 집에서 다 챙겨가기 때문에 따로 지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의 고심은 깊어갔다. 경기 지역 한 음식점 창업주는 “지난 6월 창업한 뒤 계엄령 직전까지 경기가 좋진 않았다. 사람들이 음식 가짓수를 적게 주문하거나 더 저렴한 메뉴를 고르는 등 소비 위축이 확실히 체감됐다”며 “다만 계엄령 선포 직후 상황은 더 악화했는데, 일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지방의 상황도 좋지 않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계엄사태 이후 3일간 일반 자영업자 16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체 매출이 50% 이상 감소했다’, ‘500만~1000만원 이상 줄었다’고 답한 지방 업주 비율은 각 36.7%, 15.6%로 수도권 비율 35.0%, 13.9%를 웃돌았다.
실제로 이달 소비지표는 얼어붙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2월 1일부터 8일까지 뉴스심리지수는 81.09를 기록했는데, 이는 11월 수치인 100.62에서 크게 떨어진 것이다. 또 2020년대에 들어선 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월(70.61), 2022년 10월(79.77)에 이어 최저치다. 이 지수는 한은이 50여개 언론사의 경제 기사의 표본 문장을 일일 1만개씩 뽑아 산출한 것으로, 100 미만이면 경제 심리지수가 비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11월 CSI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전월보다 1.0포인트(p) 하락한 100.7이었다. CCSI는 한 달간 뉴스심리지수를 반영해 산출하기 때문에 이달 탄핵정국에 따른 동향이 반영될 전망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인 2016년 12월 CCSI는 전월보다 1.8p 내린 94.2로 당해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 장기화는 소비 규모를 축소하고 소비 시기를 지연한다”며 “정치적 시위 활동 급증은 핵심 상관에 대한 잠재 소비자들의 물리적 접근에 어려움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04표로 가결되면서 상황 반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임시국무회의에서 “이번 사태로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내수 침체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며 “각 부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등 기존에 발표한 정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주고 장관들 책임하에 추가 대책들을 적극 강구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각 시·도도 기존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경제 안정에 적극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잇따라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제 시급한 일은 사회·경제적 안정"이라고 짚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지역 체감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을 위해 당초 계획한 각종 축제와 행사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14일 사건을 접수, 최장 180일 내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