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는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인하돼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수익이 사실상 적자에 빠지면서 마케팅 여력이 대폭 축소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금리로 인한 비용 부담까지 떠안으면서 더 이상 카드 결제에서 기댈 수익이 사라진 상황이다.
이번 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사에서는 추가로 약 3000억원의 신용판매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금융위 분석이다. 가맹점수수료는 지난 2012년 관련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인하되면서 카드사 핵심 수익인 신용판매 부문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수익 악화에 대응해 결제 시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혜택을 줄이거나 알짜카드를 단종하는 방식으로 방어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종된 신용카드는 282개, 체크카드는 91개로 지난해 단종된 총 458개의 80%에 이른다. 5~6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곳도 일부 카드사를 제외하면 현재 찾아보기 어렵다.
여신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도 고객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라고 입을 모은다. 청구할인과 연회비, 전월 실적 기준 등의 결제 혜택은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이 보장돼야 확대할 수 있지만, 소상공인을 살린다는 명목하에 인상이나 동결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인해 카드사들이 생존하기 위해 대출 의존도를 높일 거란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신용판매 부진 속에도 카드사들은 올해 카드론 등 대출 실적을 크게 올리면서 수익성을 만회했다.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9개 카드사의 지난 10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220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카드사들의 긴축경영 기조는 내년에도 지속될 거란 게 업계 중론이다.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지만 본업 수익을 회복하지 못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확대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판매 부진이 악화할 가능성이 더 커진 만큼 혜택 축소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건전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올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카드론을 늘려왔는데, 새해에도 이런 영업 기조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