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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결산] 고환율·내수부진·탄핵정국·트럼프 압박에… ‘수출강국 대한민국’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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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결산] 고환율·내수부진·탄핵정국·트럼프 압박에… ‘수출강국 대한민국’ 어디로

수출입업계 비상에 인위적 조치 나선 금융당국
경제 흔들 변수들 잇달아… 자구력 갖춰야만

20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국민은행 이미지 확대보기
20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국민은행
올해 국내 경제는 하반기 내수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리스크,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이 덮치면서 ‘수출강국 대한민국호’가 흔들리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이 급격히 약화됐고, 원·달러 환율은 1450원을 오르내리고, 증시는 꼬꾸라졌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인 우리나라 특성상 이 같은 대내외 여건 악화 충격은 직격탄이 됐다. 금융당국과 외환당국이 서둘러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자체적인 기초체력 강화가 경제회복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23일 금융권과 기업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고환율, 내수부진, 탄핵정국, 트럼프 대통령 압박에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최근 15년 9개월 만에 1450원을 돌파하는 등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상향조정 하고 외화 대출 규제는 완화하는 등 원화 진정세를 위한 인위적인 조치를 내놓고 있다.

고환율에 수출입업계는 비상 상황이다. 국내 수출 증가율은 지난 7월 13.5%(산업통상자원부 11월 수출입 동향 기준)로 호황을 이어가다 11월 1.4%까지 떨어졌다. 수입 쪽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의 11월 잠정 수출입 물가지수에 따르면 수입 물가는 8월(-3.5%), 9월(-2.6%)로 소폭 내리다가 10월(2.1%)부터 반등을 시작해 11월(1.1%)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수출입 중소·중견기업 피해는 극심해진 모습이다. 일례로 대구광역시 제조업 관계자는 “기존 계약 건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오르니 상대 업체 쪽에서 단가를 낮추려 하거나 계약을 지연·보류시키려 했다”고 토로했다.

풀이 죽은 경제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지갑마저 닫게 할 전망이다. 환율급등 등 대외적인 영향은 수입 물가에 일차적으로 반영, 시차를 두고 생산자·소비자 물가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인협회의 ‘2025년 국민 소비지출계획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고물가 지속(44%) 등 사유로 내년 소비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금융당국의 일관된 관측이다. 한은은 수입 물가 등 전망에 ‘국내외 여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전망이 어렵다’고, 기획재정부 역시 우리 경제 동향을 두고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가 연말 소비와 투심을 억제할 것’이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우리 경제가 넘어야 할 산은 이미 두 개나 있다. 우선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내년 출범으로 우리나라에 언제, 얼마나 관세를 부과할지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트럼프 정책이 국내 수출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은 당국의 오래된 중론이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과 후년 국내 경제성장률 조정의 가장 큰 요인은 수출인데, 수출 어려움은 국내 기업 영업익에 영향을 주고, 이는 결국 배당이나 월급 등 민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과제는 해소되지 못한 정치적 불안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14일 헌법재판소에 청구돼 최장 180일이 소요될 예정인데, 헌재의 결정 후에도 당분간의 정치 혼란은 피해갈 수 없다.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불확실성은 우리나라 정치가 빠르게 정비돼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다”고 봤다.

정부는 경제 근간을 잡고자 대외 의존을 낮추겠다는 목표. 핵심 물자의 해외 의존도를 오는 2030년까지 50% 이하로 낮추기 위해 2027년까지 5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불확실성을 빠르게 잠재우고 자구력을 갖추는 방안으로 경제 근간을 재건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