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물 줄줄이 '거래 불발'
저축은행권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와 경영평가도 진행 중인데, 향후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매물이 더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부 회사의 경우 원매자를 찾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실사를 진행 중이고, 우리금융지주도 동양·ABL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OK금융그룹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실사 결과에 따라 최종 성사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아직 장담하긴 이르다.
2금융권 매물의 경우 실적과 건전성 대비 가격이 비싸 빈번히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상반기 말 우리금융지주가 롯데손보 본입찰에서 손을 뗀 것도 가격 때문이었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매각 희망가로 2조 원에서 3조 원 대를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대비해서 가격이 너무 높고, 대체투자 중심의 포트폴리오도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롯데카드 역시 여러 차례 매물로 나왔지만, 원매자와 가격협상에 실패해 최종 매각에 성공하지 못했다. 롯데카드의 매각 희망가 역시 최대 3조 원대로 거론된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2022년 글로벌 IB인 JP모건을 주관사로 매각에 나서 하나금융과 KT 등이 인수 후보로 나섰으나, 가격에 대한 견해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상인저축은행도 앞서 한차례 고배를 마셨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작년 충북권에 제한적인 영업구역을 극복하기 위해 경기권에서 영업하는 상상인 인수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우리금융이 최종 인수에 나서지 않기로 하면서 현재는 OK금융그룹에서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밖에 한화저축은행도 매물로 나왔지만, 마땅히 사겠다는 곳이 없어 그냥 한화생명이 100% 사들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 정치 리스크까지 '발복'
여러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기업들이 M&A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불확실성, 고금리, 고환율 기조 등으로 인해 M&A시장 큰 손인 금융지주마저 투자에 나서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M&A를 할 때 마치 주택담보대출처럼 대부분 ‘인수금융’을 이용한다. 수년간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인수금융 금리도 높아져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몸값이 치솟았다.
삼일PwC경영연구원 분석을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금융권 M&A 거래건수와 금액은 74건, 5조5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 10% 감소했다. 거시적인 여건도 좋지 않다. 하반기 본격적인 금리 인하 국면이 시작됐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분쟁 등의 지정학 리스크는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국내에선 탄핵 정국 속에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는 각종 심사와 인·허가 등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비우호적인 정치·경제적인 여건뿐만 아니라 고금리·고환율 상황에서 가격 부담 때문에 투자 심리가 좋지 않다”면서 “국내 시장의 경우 규모가 큰 ‘메가 딜’ 역시 부재하다 보니 글로벌 시장 대비 더 부진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